월스트릿에서 투자자문 커리어를 시작했을 때의 일이다. 회사 내 톱 어드바이저였던 나의 멘터는 루키인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런데 자신의 자산을 운용할 때 비록 자신이 유능한 재정 플래너였지만 재정계획은 늘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면서 동료 어드바이저에게 의뢰했었다. 비용도 절약하면서 본인이 직접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자기의 자산을 직접 운용하면 여러 사적인 감정과 경험들이 효과적인 결정을 해치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기적인 투자와 자산운용 계획을 객관적인 조언과 방법을 의지한다면 재정적 성공은 더 빨리 다가올 것이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속담이 머리를 스쳤다.
자신에 맞는 코치를
많은 골퍼들이 연습장에서 피나는 노력을 하지만 효험을 보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지나친 연습으로 잘못된 스윙이 몸에 배어 곤경에 처하기도 한다. 중이 제 머리 깎지 못하는 것처럼 자신의 골프 스윙을 잘 볼 수 없기 때문에 혼자서 효과적인 스윙을 개발하기 무척 어렵다. 물론 거울이나 비디오를 사용하면 도움이 되지만 여전히 관찰할 수 없는 사각지대는 많다. 그러나 자수성가하기 힘든 더 큰 이유는 정신적인 문제이다. 대부분 소위 잘 나갈 때 스윙이 최상의 스윙일 것이라는 심리적인 오류를 범한다. 몸은 물론 스윙의 여러 요소들이 늘 변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한 예로 셋업 때 얼라인먼트가 인 혹은 아웃으로 기울었는데 방향성은 교정하지 않고 애꿎은 스윙만 이리 저리 고치다 망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스윙을 잘 볼 수 있더라도 스윙을 분석하고 교정할 능력을 갖춘 골퍼는 극히 드물다. 따라서 천차만별의 티칭프로들 중에서 자신의 실력에 맞는 선생을 찾아 도움을 청하는 게 좋다. 수준에 따라 지불해야 할 수업료도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개미군단의 비애
얼마 전 워런 버핏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 신문기자가 개인 투자자들을 위한 조언을 구했다. 버핏은 아는 분야에 거래가 아닌 사업으로 투자할 것과 경영진이 투명하고 가격이 합리적인 기업에 투자하며 10년 이상의 사업성이 보장된 기업을 찾으라고 답했다. 그러나 문제는 개인 투자자들이 이런 원칙들을 적용할 능력이 없다는데 있다. 아마 버핏 자신도 엄청난 돈을 지불하고 똑똑한 스태프들의 도움을 받고 있을 것이다. 개미군단의 비애는 여기서 시작한다.
재정심리학은 개미들이 실패하는 이유를 피할 수 없는 심리적인 오류에서 찾는다. 그 첫째는 주관적이고 선택적인 기억을 심리적인 버팀목 즉 앵커 (anchor)로 삼는 위험이다. 우리의 뇌는 이득보다 손실을 더 기억하므로 지나치게 비관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으로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과신하는 오류다. 잘못된 결정을 인정하기보다 많은 이유를 들면서 베어마켓에서도 나의 주식만은 오를 것이라 은근히 기대하기 일쑤다. 셋째는 일종의 군중심리처럼 자신의 원칙에 따라 움직이기보다 평균적인 대중의 움직임에 안주하려는 심리다. 이런 경향의 투자자들은 짐 크레이머가 경고한 대로 돼지처럼 도륙당하기 십상이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은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입맛에 맞게 데이터를 짜 맞추는 행태를 보인다. 많은 노력들이 주관적 결정을 합리화하는데 낭비된다. 아무리 많은 지식과 훈련이 있더라도 이같은 위험들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객관적인 어드바이스와 판단을 위해 동료나 전문가의 도움을 청하는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 중이 제 머리를 잘 깎으려면 동료나 이발사에게 부탁하는 것이 더 낫다.
변재성
<워델 & 리드 재정자문 부장>
(310)895-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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