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초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사막의 폭풍’ 작전을 통해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 군을 기적에 가까울 정도로 미군 인명 피해 없이 몰아냈기 때문이다. 지지율은 90%에 이르고 내년 재선은 ‘따 놓은 당상’처럼 보였다.
그러나 연말로 접어들면서 이상 조짐이 나타났다. 경기 침체와 높은 의료비로 고통 받고 있는 미국민의 현실을 외면한 채 해외 문제에 정신을 쏟고 있는 부시 행정부에 민심이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 첫 번째 증거가 1991년 가을 열린 펜실베니아 연방 상원의원 보궐 선거에서 나타났다.
억만장자인 존 하인즈 연방 상원의원(그의 부인이 바로 지금 존 케리 상원의원의 아내다)의 비행기 사고사로 공석이 된 자리를 채우기 위한 선거에 공화당에서는 이곳 주지사 출신이자 부시 행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역임한 딕 손버그를 내보냈다. 상대는 해리스 워포드라는 무명 인사였다. 공화당에서는 손버그의 낙승을 예상했으나 결과는 참패였다. 보험제 개혁 등 민생 문제를 파고든 워포드의 주장이 먹힌 것이다. 손버그의 패배에 당황한 부시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을 서둘렀으나 우왕좌왕 하다 대선에서 정치 신인 빌 클린턴에게 지고 만다. 손버그 낙선이 부시 몰락을 알리는 서곡이었던 셈이다.
이번에도 비슷한 조짐이 보이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이 웨스트버지니아 민주당 예선에서 압승을 거둔 13일 미시시피 커피빌 지역구에서 연방 하원의원 보궐 선거가 열렸다. 이곳은 지난 10여 년 간 공화당 후보가 한 번도 져 본 적이 없는 곳이다.
그러나 올해 분위기는 달랐다. 민주당의 트레이비스 차일더스가 공화당으로 나온 그렉 데이비스에게 54대 46으로 이긴 것이다. 얼마 전 루이지애나에서도 연방 하원 보궐 선거에서 진 공화당은 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전력을 기울여왔다. 딕 체니 부통령이 선거를 돕기 위해 내려왔고 마이크 허커비 아칸소 주지사, 헤일리 바버 미시시피 주지사 등이 같이 유세장을 누볐다. 부시 대통령과 존 매케인 후보는 전화로 녹음된 메시지를 유권자들에 전했다. 그러나 백약이 무효였다. 백인 유권자들의 인종적 편견을 자극하기 위해 차일더스가 오바마와 비슷하다는 전략을 폈다 역효과만 거뒀다. 찾던 백인이 아니라 흑인들이 대거 투표소에 나온 것이다.
에머리 대 정치 전문가인 멀 블랙은 민주당의 승리는 “예상을 뒤엎은 큰 사건으로 올 가을 공화당의 참패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트 깅그리치 전 연방 하원의장도 참패를 면하려면 대대적인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새 전략을 어떻게 짜야할 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 선거가 분명히 보여준 것은 섣불리 인종 편견을 자극하려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과 부시에 분노해 투표장에 나가지 않는 보수층이 많다는 사실이다. 올 가을은 공화당에게 즐거운 계절이 될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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