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아니 세계경제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닷컴 버블이 터지면서 곤두박질하던 경제가 겨우 안정되고, 엔론과 월드캄 같은 민간경제 주체들이 저질러 놓은 말도 안 되는 무질서를 강한 여론이 SOX와 증권 감독 강화로 좀 진정시키는가 했더니, 서브프라임이란 난리가 터지면서 유동성 위기가 가져온 경제불안이 글로벌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래가는 이 경제불안은 왜 생긴 것일까.
우리가 문제의 근본원인을 알아야 다음에 문제가 터질 때 비교적 그것을 이해를 할 수 있다. 미주한인 여러분들의 입장에서도 비록 제대로 대처한다는 것은 어렵다 해도 이다음 문제가 또 생길 때 이렇게 되어가는 구나를 알고는 있어야겠다.
얼마전 탈북자 6인이 처음으로 미국에 정착한다고 도착했을 때, 그 분들에게 미국에서 사는 게 공산주의에서 사는 것과 다른 첫 번째가 이곳은 “예의” 란 게 중요한 곳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다. 공산주의를 싫어하는 많은 이들이 다른 모든 것을 떠나, 그들의 예의 없음에 진저리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 멀리 갈 것 없이 그동안 좌파정권 10년 동안 그렇게 도움을 받고도 지금 그들이 하는 짓거리를 보면 더불어 같이 하고픈 마음이 생기질 않는다.
그런데 이 자유경제에서의 예의의 기본에는 “절제”가 있다. 예의와 절제는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는 여러 가지를 전제로 한다. 우리가 때때로 하는 실수와 결례는 돌이켜보면 하지 않아야할 것을 했을 때 생기는 경우라고 깨닫게 된다.
2007년 6월 13일. 이 날은 미국 금융시장이 오랫동안의 과욕으로 정신없이 지나다가 갑자기 절제의 필요를 깨닫게 된 날이고, 우리 모두에게는 지금의 경제불안을 느끼기 시작한 첫날이라고 알려져 있다.
2000년 닷컴버블이 터지고 나서 어렵던 경제에 그린스팬의 연방준비은행은 유동성을 너무나 풍부하게 공급했다. 경제가 조금씩 회복되면서 돈이 싸게 넘쳐나던 시절이 5년 동안 계속되었다. 기업은 영업순이익이 다시 높아지고, 일반소비자들은 큰 인플레 없이 중국제 싼 물건과 인도의 싼 서비스노동력을 알게 모르게 즐겨왔다. 펀드들은 싼 남의 돈을 빌려 갖가지 M&A로 엄청난 이익을 남겼다.
그런데 문제는 절제 없이 돌아간 월스트릿의 탐욕이 좀 지나치게 된 것이다. 바로 이 끝없는 탐욕이 지금 경제불안의 근본원인이다.
이 탐욕은 부유하고 그렇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에게 문제가 있었다. 월스트릿에서는 종래의 브로커 일과 증권발행과 거래에서 오는 마진이 줄어들자 새로운 일을 찾아 큰 돈 벌 탐욕으로 갖가지 파생상품에 매달리게 되었고 이것이 서브프라임과 여러 문제를 야기 시키게 되었다.
필자가 왜 모두에게 탐욕으로 인한 문제가 있었다고 얘기하느냐하면, 서브프라임 문제도 그것을 묶어 증권화한 월스트릿의 문제만이 아니라, 없거나 좋지 않은 크레딧으로 자기분수에 넘는 큰 집을 샀던 차입자들도 책임을 회피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집 잃고 어려움 겪는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우리 모두 이 탐욕으로 피해를 본 셈이다.
정직한 “wealth (부)” 란 게 있다. 당당히 부끄럽지 않게 번 돈으로 이룬 재산을 의미한다. 자유경제에서 당당하지 않은 돈을 많은 이들이 탐욕스럽게 원할 때 그 시스템은 꼭 무너진다. 닷컴과 서브프라임을 보라. 그리고 파생상품이란 걸 보라. 파생상품은 그 내용을 철저히 아는 이가 아무도 없다. 하루에 수천페이지 넘는 분량의 서류를 읽을 능력과 의욕을 가진 이가 아니면 자기회사에서 갖고 있는 파생상품도 잘 모르는 게 현실이다. 자기 회사의 파생상품도 모르는데 남의 회사에서 갖고 있는 파생상품을 알겠는가. 그러니 일이 터지는 것이다.
우리 미주한인 여러분이 장래의 경제적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 있다. 무엇이든 도가 지나치다고 생각되면 거기에서는 빠지는 것이다. 경제의 게임에서 손실을 볼 때 몰라서 손해를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탐욕이 절제의 마음과 눈을 가려버리는 것이다.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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