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에 있는 미륵산은 한국 100대 명산의 하나다. 장차 오실 미륵불이 강림할 산이라 그런 이름이 붙었다 한다. 지난 달에는 통영 시내에서 미륵산 정상 가까이까지 케이블카가 개통돼 꼭대기까지 오르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해발 471미터로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정상에 서면 360도 파노라마로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는 통영 앞바다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순신 장군이 3년 동안 수군 본부로 삼아 왜적을 물리친 한산도를 비롯, 크고 작은 150여개의 섬이 아스라이 보인다. 맑은 날에는 대마도도 볼 수 있다. 과연 미륵불이 출현할 만 하다.
이런 멋진 풍광 탓인지 작은 통영은 수많은 예술가를 배출했다. ‘꽃의 시인’ 김춘수, 청마 유치환, 극작가 유치진 형제, ‘바다의 작가’ 전혁림 화백, 세계적인 작곡가로 인정받고 있는 윤이상 등등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통영이 낳은 여러 문인 중 가장 많은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작가를 들라면 아마 ‘토지’를 쓴 박경리가 꼽히지 않을까.
1926년 이곳에서 태어난 박씨는 1955년 김동리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계산’을 발표하면서 문단 생활을 시작, ‘김약국의 딸들’ ‘표류도’등 숱한 작품을 써냈다. 그러나 그의 이름을 한국 문학사에 확실히 박은 것은 ‘토지’다.
경남 하동 평사리 마을 최참판댁 일가 3대에 걸친 이야기를 통해 한국 근대사를 조명한 이 책은 장장 25년에 걸쳐 쓴 16권짜리 대작으로 한국 대하소설을 부활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역시 한국문학의 대표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황석영의 ‘장길산’ 김주영의 ‘객주’ 조정래의 ‘태백산맥’도 모두 그 맥을 이어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 ‘토지’의 작가 박경리가 지난 5일 폐암으로 별세했다. 지난해 7월 폐암 판정을 받은 박씨는 입원 치료를 거부하고 강원도 원주 토지문화관에서 요양하다가 지난달 뇌졸중으로 쓰러져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빈소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 김대중 전 대통령, 이회창 전 대통령 후보 등 정치인과 황석영, 조정래 등 한국 문단의 거물들이 모두 참석, 고인의 위상을 실감케 했다. 장례위원장은 소설가 박완서가 맡았다.
원래부터 박경리 문학관 설립을 추진 중이던 통영시는 건립을 서둘러 고인의 영전에 바치겠다고 밝혔다. 2010년 2월 완공 예정인 이 기념관은 박씨의 생가 터 인근에 세워지게 되며 연말 설계를 거쳐 내년 2월 착공될 예정이다. 통영시는 이밖에도 김춘수, 김상옥, 김용익 등 통영출신 문인들 기념관 건립도 추진하고 있어 이것이 완성되면 통영은 한국 문학의 성지로 거듭날 전망이다.
박씨는 작년 12월 마지막 고향을 방문, “이렇게 좋은 곳이 있는 줄 알았으면 진작 살러 왔을 텐데. 죽으면 이곳에 묻히겠다”고 말했던 알려졌으며 고인의 뜻에 따라 장례가 끝나면 시신은 미륵산 기슭에 안장될 예정이다. 한국 문학에 큰 족적을 남기고 고향으로 돌아온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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