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식품 수출 회사인 사니프루타의 키위들.
이탈리아에서 재배된 키위가 수출을 앞두고 검사를 받고 있다.
공해 막기 위해 연료에 세금 부과 움직임
소비자 기호 때문에 장거리 수송 불가피
노르웨이 연안에서 잡히는 대구는 중국으로 보내져 필레로 만들어져 다시 노르웨이로 수출된다. 스페인 레몬은 땅에 떨어져 썩고 있는데도 수퍼마켓은 아르헨티나산 레몬으로 넘쳐난다. 유럽 콩의 절반은 케냐에서 재배해 포장된 것이다. 이탈리아의 사니프루타 회사는 키위를 냉동선에 실어 미국에 수출한다. 미국의 프레시 디렉트사는 이제 키위를 연중 내내 먹을 수 있게 됐다고 선전한다. 뉴질랜드의 대표 작물인 키위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많이 공급하고 있다. 유럽인들이 중국에서 차를 가져온 이래 농산물은 세계를 돌아다녔지만 지난 수년만큼 대량으로 빨리 움직인 적은 없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점점 더 개발도상국 국민들도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음식을 먹고 싶어 한다.
세계적이고 효율적인 운송 네트웍이 노동비가 저렴한 먼 곳에서 농산물이 상하기 전 운반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 중국에서 멕시코에 이르기까지 공급 네트웍을 갖고 있는 월마트나 카르푸르, 테스코 같은 대형 체인이 이같은 추세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대가가 있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같은 공해다. 오랜 협정에 따라 바다나 공중을 이용해 식품을 나르는데 쓰이는 연료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많은 경제학자와 환경보호 운동가들은 이제 이들에게 세금을 매기거나 다른 방법으로 공해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식량 수입에 관한 유럽연합 보고서를 쓴 옥스포드대 경제학 교수인 폴 왓키스는 “정말 이상한 방법으로 물건을 세계 곳곳에 실어 나르고 있다”고 말한다. 영국의 경우 1년에 1만5,000톤의 와플을 수입한 후 다시 수출한다는 것이다. 호주와는 20톤의 병물을 교환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파괴 비용을 아무도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은 이를 바꾸려 하고 있다. 올해 유럽위원회는 식품을 운반하는 항공기는 2012년까지 자신들이 뿌리고 다니는 오염물질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돈을 주고 오염 퍼밋을 사야 한다.
이 위원회는 국제 해상조직과 온실개스를 줄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말까지 결론이 나지 않으면 해상운송도 오염 퍼밋을 사야 한다. 유럽위원회의 환경국 대변인인 바바라 헬퍼리히는 “누구나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거나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식품수입 조직인 유럽연합은 지난 5년간 수입량이 20% 늘어났다. 두 번째 수입국인 미국은 2000년에서 2006년 사이 과일과 야채 수입액수가 2배로 증가했다.
갓 태어난 항공산업을 돕기 위해 1944년 체결된 국제 민간항공 규약에 따르면 국제선 운항과 화물수송의 경우 차나 버스와는 달리 연료에 세금이 붙지 않는다. 해상 운송도 마찬가지다. 이를 없애 소비자들로 하여금 장거리 운송에 따른 오염비용을 부담케 해야 한다는 것이 환경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식품 및 운송업계에서는 보는 시각은 좀 다르다. 이들은 자기들도 온실개스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방법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들은 세금이나 규제보다 소비자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테스코는 일례로 식품을 운송하는데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었나를 표시하기 시작했다. 멀리서 왔지만 인근 지역에서 기른 식품보다 환경 친화적인 경우도 있다. 에너지를 소비하며 유럽 온실에서 기르기보다 열대 지방에서 꽃을 재배하는 것이 한 예다.
운송 네트웍의 발달로 외국 식품을 운송하는 기간이 크게 줄어들었다. 수년 전까지 아프리카 농장에서 유럽으로 식품을 운반하는데 10일이 걸렸지만 이제 도로 사정이 좋아져 4일이면 된다. 인건비가 싼 모로코와 이집트가 불과 몇 년 사이 스페인을 제치고 중앙 유럽에 토마토와 샐러드를 공급하고 있다. “싸게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누군가가 이를 이용할 것”이라고 런던의 식품 전문가 에드 무어하우스는 말했다. 그것이 개발도상국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노르웨이 대구의 경우 유럽에서 가공하려면 파운드 당 1달러36센트가 들지만 아시아에서는 23센트면 할 수 있다. 운송 단가가 내려가는 바람에 신흥 비즈니스가 번창하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 키위 수출회사인 아포프루트의 수출 담당 매니저 안토니오 발리오니는 “지난 수년간 이탈리아 중부에 새 공장이 수없이 생겼다”고 말했다. 다른 키위 수출회사인 사니푸르타는 냉동선으로 과일을 보내는데 미국까지는 18일, 남아프리카 28일, 뉴질랜드까지 한 달이면 된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음식업이 배출하는 공해 물질 가운데 운송으로 인한 것은 3%에 불과하다. 그러나 왓키스는 그 비율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운송 식품은 포장에서 냉동에 이르기까지 처리 과정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오염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재배기간이 짧은 영국은 과일의 95%, 야채의 절반을 수입한다. 영국 화물 운송의 25%가 음식과 관련된 것이다. 수퍼마켓 체인인 테스코 측은 식품 운송에 환경오염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들의 소비자의 기호를 충족시킬 뿐이라고 말한다. 소비자들이 연중 콩을 원하기 때문에 이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운송 연료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측은 그렇게 함으로써 시장의 왜곡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노르웨이 환경 운동 단체인 벨로나의 프레데릭 하우게 회장은 “운송료가 너무 싸 식품이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며 “단지 생선 가공이 중국에서 하는 것이 싸다면 상관없지만 그로인해 공해가 발생한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자의 기호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소매 체인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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