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다코타에 있는 마운트 러시모어에는 미국인들이 존경하는 4명의 대통령 얼굴이 새겨져 있다. 국부 조지 워싱턴과 ‘독립 선언서’를 초안한 토머스 제퍼슨, 노예를 해방시킨 에이브러험 링컨은 익히 잘 알려진 인물이지만 마지막 한 명인 테디 루즈벨트는 뭘 했는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1900년 윌리엄 맥킨리의 러닝메이트로 출마, 부통령에 당선된 다음해 맥킨리가 암살범의 총탄에 맞아 숨을 거두지 42세의 나이로 최연소 대통령이 된 그는 과감한 개혁 입법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부패 척결과 환경 보호, 국민 건강 보험, 노동자 권익 옹호 등 진보적 사회 개혁에 앞장선 그는 당시 많은 미국인들의 영웅이었다.
여러 개혁 중 단연 돋보인 것은 불공정한 방법으로 경쟁자들을 몰아내고 독과점 이익을 취해온 재벌(trust) 손보기였다. 스탠더드 오일로 대표되는 당시 대기업들은 덤핑과 특혜 요구로 특정 분야를 장악한 후 엄청난 이윤을 올렸다. 이들의 폐해가 심각해지자 1898년 맥킨리 대통령은 ‘트러스트에 관한 미 산업위원회’를 구성, 앤드루 카네기, 존 록펠러, 찰스 슈왑 등 재벌 그룹 회장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맥킨리는 암살로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그의 뒤를 이은 루즈벨트는 재임 8년간 44개 트러스트를 해체시키며 ‘트러스트 버스터’라는 별명을 얻는다. 이 정책은 그의 후임자인 윌리엄 태프트에 그대로 이어져 90개의 트러스트가 그의 재임 기간 중 사라진다. 이들 재벌 개혁은 미국 자본주의가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발전하는 초석이 됐다.
한국 재벌의 상징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탈세 혐의 등으로 기소된 후 “법적 도덕적 책임을 절감한다”며 모든 삼성 관련 직책에서 물러났다. 일부에서는 과연 삼성의 대주주인 이 회장이 진정으로 기업 경영에 관여하지 않을까 회의적인 시각도 있지만 그의 퇴진은 그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기 위한 필수적인 수순이다.
1987년 이병철 회장 작고 후 기업을 이어받아 20년간 이끌며 일류 기업으로 키운 이 회장의 한국 경제 발전에 대한 기여도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1938년 삼성 상회 하나로 출발한 삼성은 지금 59개 회사를 거느린 재벌로 성장했으며 매출도 1987년 연 130억 달러에서 1,500억 달러로 증가했다. 한국 GDP의 15%, 한국의 20%가 삼성 계열 기업의 몫이다.
그럼에도 삼성은 정경 유착, 편법 상속, 탈세 등 한국 재벌의 공통적인 문제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세계 초일류 기업을 내세우면서도 회계 장부의 투명성은 아직 일반 국제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의 개혁은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이번 검찰의 수사와 삼성의 자체 개혁이 다른 재벌들에게도 체질 개선을 통해 진정한 21세기 기업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