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라니? 좀 더 같이 일 합시다”
코네티컷, 스탬포드에 소재한 피트니 바우스의 인사담당 부장으로 오래 일했던 에드워드 휴튼은 교통체증과 불규칙한 근무시간에 신물이 났다. 샌디에고의 스크립스 보건소에서 환자들과 심혈관 전문의를 매치시켜주는 비나 코잭은 비영리기관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싶었다. 오하이오, 신시네티의 CVS 약사인 제임스 윙은 오하이오의 살을 에는 겨울이 지긋지긋했다. 그래서 이들은 모두 지난해 은퇴를 계획하고 있었다. 지난 20세기였다면 이들 회사들은 아마도 감사의 표시와 함께, 어쩌면 금시계를 선물하면서 이들을 내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 연령에 도달하기 시작하기 전의 일이다. 이들이 모두 은퇴를 한다면 지난 경기침체를 어떻게 이겨냈는 지 기억하는 사람들을 회사들이 다 잃어버릴 수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보스턴 컨설팅 그룹 측의 설명이다.
베이비부머 은퇴 맞으면서 지식의 공백 우려
근무시간·근무지 조정하며 베테런 직원들 우대
회사들이 만약의 경우에 대비, 예방 차원의 수단을 강구하고 있는 것이다. 은퇴하려는 직원들에게 근무시간 단축, 근무지 조정, 업무량 조절 등의 혜택을 주면서 이들을 보다 오래 잡아두려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나이든 직원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서서히 빠져나가게 함으로써 그들이 축적한 경험과 지식을 아래 세대에 전수하려는 시도라고 미국은퇴자 협회 측은 말한다.
그래서 피트니 바우스사는 56세의 휴튼을 그의 집 근처 공장에서 일주일에 4일씩 일하도록 업무를 조정했다. 샌디에고의 스크립스 보건소는 62세의 코잭이 격주로 3일씩 일하게 했다. 그리고 CVS는 63세의 윙을 겨울철에는 플로리다에 파견, 그곳에서 일하도록 했다.
겨울은 플로리다에서 CVS가 제일 바쁠 때이고, 그때는 그가 바닷가와 골프를 즐기고 싶은 때이니 양쪽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윙은 이제 최소한 70살까지 일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휴튼과 코잭은 근무시간을 짧게 조정함으로써 새로운 활력에 넘치는 느낌이다. 회사로 보나 은퇴 연령 직원으로 보나 윈윈 전략인 셈이다.
이렇게 나이든 직원들을 붙잡아 두려는 것이 모든 회사에서 일어나는 추세는 물론 아니다. 재무회계 기업인 언트스 & 영사는 최근 150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회사가 나이든 직원들을 어떻게 관리하는 지를 알아보았다.
그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경영주들은 은퇴 연령 직원들에게 냉담한 편이다. 그들이 더 일하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고사하고 계속 일하고 싶다고 해도 편의를 봐주지 않는 실정이다. 은퇴 의사를 너무 일찍 밝히면 레임 덕처럼 찬밥 신세가 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 반면에는 떠나려는 직원들을 오래 붙잡아 두려는 분위기가 서서히 일고 있다. 물론 오래 전부터 은퇴자들의 전문기술과 경험을 활용하는 프로그램들을 가진 회사들도 많이 있다. 예를 들어 휼렛 패커드는 자사 제품을 일선 상점에서 판촉하는 데 은퇴자들을 정기적으로 활용한다. 보스턴 컨설팅 등 서비스 제공회사들은 나이든 전문직 종사자들을 특정 고객과 연결시켜 일을 하도록 계약을 맺고 있다. 은퇴자와 현재의 직원들이 서로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들도 있고, 은퇴자들에게 단기 프로젝트나 신입사원 교육을 맡기는 회사들도 있다.
은퇴자들을 잡기 위해 CVS가 3년 전부터 도입한 프로그램은 철따라 이동하면서 일하게 하는 프로그램. 계절에 따라 다른 지역에 가서 일할수 있게 융통성을 주는 프로그램으로 현재 1,250명의 직원들이 이에 참여하고 있다.
비교적 젊은 인력이 일하고 있는 체인 서점 보더스 그룹은 보다 나이든 직원들을 모집하는 중이다. 인구통계로 볼 때 젊은 층보다는 나이든 층을 모집하는 것이 훨씬 안정적 인력확충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이다. 그래서 나이든 직원들을 모집, 파트타임 직원에 대해서도 풀 베니핏을 제공하고 있다. 다른 곳에서 은퇴하는 사람들을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은퇴하려는 직원들이 계속 일을 하도록 근무시간이나 근무지를 마음대로 선택하는 등 특혜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 나이가 되면서 이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경험과 지식의 공백이 생길 것을 두려워한 예방조치이다.
은퇴 연령층에 우호적인 기업들
다우 케미컬은 핵심 직원들에게 어떤 혜택을 제공하면 그들이 은퇴하지 않고 계속 일할 것인지를 계속 물어왔다. 그리고는 그에 맞는 프로그램들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다우 케미컬은 최근 30년 면허획득 절차의 전문가로 일한 한 베테랑을 미시건, 미드랜드에서 오클라호마시티로 전근시켰다. 그가 그곳에서 나이든 부모를 돌보고 싶어했기 때문이었다. 어떤 직원의 은퇴로 진정한 재능의 공백이 생긴다면 그를 붙잡을 방도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 회사 방침이다.
IBM은 많은 나이든 직원들에게서 관리책임을 덜어주고 자신들의 전문 기술을 전수하는 데 시간을 쓰도록 하고 있다. 대학에서 컴퓨터 관련 커리큘럼을 개발하는 사람도 있고 사내 인트라넷 페이지에 시간을 쏟는 사람도 있다.
한편 젊은 층의 유입이 많지 않은 회사에서는 근무부서를 바꾸어서라도 직원들의 은퇴를 막고 있다.
버지니아 미케닉스빌의 메모리얼 리저널 메디컬 센터에서 환자 관리 간호사로 40년간 일해온 제인 밴덴버그는 점점 새로워지는 첨단 테크놀로지들을 따라가는 게 버거워 은퇴를 결심했다. 그때 병원 측은 환자 관리 대신 파트타임으로 행정업무를 보게 일을 조정하면서 의료보험료의 절반을 계속 지원해 주기로 했다. 그로서는 더 이상 좋은 조건일수가 없다.
샌디에고의 스크립스 보건소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 이다. 캘리포니아 주법은 의료기관에 대해 간호사와 환자간 비율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스크립스의 직원들중 거의 40%는 50대 이상이니 간호사들이 전통적으로 은퇴할 나이에 모두 나가버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불안한 것이다.
그래서 스크립스는 은퇴하려는 직원들에게 격주로 일을 하는 등 근무시간을 최대한 조정해주고 있다.
전기회사들도 비슷한 사정. 이 분야로 진출하려는 젊은이들이 거의 없자 많은 전기회사들이 일종의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분위기 이다.
샌프란시스코의 퍼시픽 개스 & 전기회사의 경우 전체 직원의 42%, 매니저급의 50%는 은퇴 연령층이다. 회사측은 이들 직원들을 인터뷰, 그들이 제공하는 정보들을 인트라넷 데이터 베이스에 올리고 있다. 아울러 장차 수퍼바이저가 될 직원들과 나이든 직원들을 짝 지워서 경험과 지식을 전수하게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