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를 맞는 조시 부시 대통령의 극진한 예우가 화제가 되고 있다. 3년 전 교황이 된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베네딕토 16세를 마중하기 위해 부시는 지난 15일 앤드루 공군기지에까지 직접 나가는 성의를 보였다. 비행기 트랩 바로 밑까지 나가 교황을 맞는 부시의 태도는 정감 있고 따뜻해 보였다.
미국 대통령이 외국에서 오는 손님을 영접하기 위해 공항에까지 나간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로 미국 언론들은 보고 있다.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부시는 버선발로 달려 나가 교황을 맞은 셈이다.
이어 16일 백악관에서 열린 환영행사 역시 1만3,5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파격적으로 성대하게 치러졌다. 마침 이날이 교황의 생일인 점을 강조하며 부시는 “생일날을 택해 미국을 방문해 주셨군요. 생일은 원래 가까운 친구들과 보내는 날인데, 그 점에서 우리는 대단히 영광스럽습니다”라며 흥분과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부시가 베네딕토 16세를 이처럼 반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언론들은 부시의 집권 철학과 바티칸의 가르침이 상당 부분 통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낙태, 동성 간 결혼, 줄기세포 연구 등에 대해 양측은 대단히 비슷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00년 대선 당시 부시가 내어놓은 ‘온정적 보수주의’는 바티칸의 사회적 가치에서 그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개인적인 끌림도 작용했으리라는 관측. 미국 대통령으로 전 세계의 수많은 지도자들을 만나도 특별히 끌리는 만남은 따로 있는 법. 베네딕토 16세와 부시 사이에 그런 푸근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부시가 베네딕토 16세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해 6월. 독일에서 열린 G-8 정상회담을 마친 후 바티칸을 방문했을 때였다. 종교적으로 보수성이 강한 두 사람은 첫 만남에 서로 통했는지 회담 내내 편안하고 친밀한 분위기였다.
바티칸의 거창한 의식들을 뒤로 하고 교황이 부시를 접견한 곳은 교황의 개인 도서관. 그 곳에서 비공식 환담을 하듯 이런저런 질문을 하고 부시는 편안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서 G-8 회담 결과며 아프리카의 에이즈 문제며, 미사일 방어 시스템 등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 데 분위기가 아주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부시가 바티칸에서 항상 그렇게 편안했던 것은 아니다. 그보다 3년 전 있었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의 접견은 바늘방석이 따로 없었다. 부시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 요한 바오로 2세가 따끔하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놓은 것. 당시 부시는 바티칸의 반대 입장을 잘 알면서도 그해 가을 재선에서 가톨릭을 비롯한 사회 보수층의 표심을 겨냥, 교황을 방문했었다. 부시 진영의 계산대로 가톨릭 신자들의 표는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를 제치고 부시에게로 몰렸었다.
반가운 것은 베네딕토 16세가 이민자들의 삶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교황의 영향력이 작용해서 이번 기회에 부시 행정부의 이민정책이 보다 인간적으로 바뀌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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