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치솟자 장롱 속 금 ‘팔자’ 추세
1년 전과 비교해 온스 당 240달러 상승
경제 어려워지면서 금 팔아 현금 마련
금값이 치솟으면서 때 아닌 골드러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금을 캐러 너도나도 캘리포니아로 몰려들던 1849년의 골드러시가 재현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금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금맥을 찾아 산으로 가는 사람들도 물론 있지만 그 보다는 집안의 장신구 서랍을 뒤지며 금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집안의 금붙이들을 내다 팔아 현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금값이 기록적으로 뛰어오르자 집안에 고이 간직되어 있던 금들이 밖으로 나오고 있다. 집안 의 오래된 골동품, 희귀 금화들이 귀금속점이나 전당포에서 무게로 팔려 금덩이로 녹여지고 있다.
맨해턴의 다이아몬드 지구에서 보석상 겸 전당포를 운영하는 조세프 그런버그는 “벽속에 꽁꽁 감춰져 있던 금들이 밖으로 나오고 있다”고 말한다. 금값 좋을 때 돈으로 바꾸려고 금붙이들을 들고 나온다는 것이다.
금을 들고 오는 고객들은 부유층도 있고 별로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예를 들어 최근 그의 가게에 왔던 증권 브로커는 금시계를 3만 달러에 팔고 갔다. 그런가 하면 렌트비 내는 데 보탬이 될 까하고 졸업 반지를 들고 오는 사람들도 있다. 어쨌든 금 비즈니스가 지금처럼 활황인 때도 없다.
지난 주말 현재 금값은 온스 당 913달러. 1년 전보다 240달러가 올라간 가격이다. 그래서 돈이 아쉬운 사람들은 저마다 금붙이를 내다 팔고 싶어 하게 되었다. 하지만 금 목걸이나 팔찌등 장신구마다 추억들이 얽혀 있어 마음이 편치 않은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18캐럿 금 목걸이나 12캐럿 팔찌 마다 오래 전 헤어진 사연이나 돌아가신 할머니의 추억이 담겨 있곤 하기 때문이다.
베이튼 루지에 있는 루이지애너 금과 금화 협회의 마이클 무레 회장은 사람들이 금을 팔러 와서 그에 얽힌 사연들을 이야기 하며 울음을 터트리곤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요즘은 많은 귀금속 가게 주인들이 금 팔러온 고객들의 심리 상담가 역할을 겸하기도 한다.
미시간, 셀비의 골드 파티에서 한 여성이 금 장신구들을 팔아 800달러를 받게 되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추억이 담긴 물건을 소중히 간직하기 보다는 당장 팔아서 돈을 융통해내는 게 더 급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리타 월러스라는 50세 여성은 할아버지로부터 주화 수집을 취미로 물려받아 30년 동안 주화를 수집했다. 그렇게 모은 금화를 금화 자체로가 아니라 무게로 달아 팔 의도는 전혀 없었다. 그렇게 되면 금화는 그대로 녹여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직자인 월러스는 지난겨울 금값이 치솟는 것을 보면서 자유의 여신상, 헌법 등을 기념해 만들어진 기념주화들을 팔아버리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그가 받은 돈은 5,000달러. 수집용 기념주화로 팔 때보다 훨씬 많은 돈이었다. 오하이오 컬럼버스에 사는 월러스는 말했다.
“이게 내가 진정으로 바란 것이었을까? 그건 아니에요. 하지만 재정적으로 보면 이 보다 더 합리적일 수는 없지요”
금값이 계속 올라가는 이유는 바닥을 기는 주식시장, 달러 약세, 그리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안전한 투자를 바라는 사람들이 금이 가장 믿을 만하다며 금으로 몰리는 것이다. 그래서 1년전 온스당 660달러였던 금값은 지난 3월 1,000달러를 넘었다.
이제 900달러 수준으로 값이 내리기는 했지만 장롱 속, 보석상자 속을 뒤지게 만들기에는 여전히 좋은 가격이다.
흠집이 난 금화나 장신구들을 처리하는 데 이보다 좋은 기회는 없다. 미시건 화이트레이크에서 트럭회사 직원으로 일하다 은퇴한 스탠리 그레인은 수집한 주화들 중 흠집이 생기거나 긁힌 것들은 팔리지가 않아 속이 상했었다.
그런데 지난겨울 금값이 뛰어 오르기 시작하자 긁힌 주화는 금의 무게로서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래서 936달러의 가치가 있는 긁힌 금화 한 개를 주고 갓 주조되어 나온 듯 새것인 작은 금화 두 개를 구입했다.
장롱 속 금을 들고 나온 사람들이 모두 기분좋게 돈을 챙기게 되는 것은 아니다. 반짝이는 것이 모두 금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당혹스러워하는 경우들도 있다.
몇주전 맨해턴에 있는 귀금속점 겸 전당포로 30대의 여성이 들어왔다. 금방울이 달린 귀걸이가 얼마나 값이 나가는 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였다. 하지만 감정 결과는 금이 아니라 금도금으로 나타났다.
그 여성은 몹시 충격을 받았지만 다음 순간 “알겠다”는 눈치였다. 전 직장의 사장이 그녀를 해고하기 직전에 준 선물이었는데 “진짜 금이다”고 했다며 몹시 불쾌해했다.
미시간, 셀비의 골드 파티에서 한 여성이 금 장신구들을 팔아 800달러를 받게 되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도 팔고 파티도 하고
가정집에서 골드 파티
금을 팔고 싶은데 전당포나 귀금속상을 찾기가 쑥스러운 경우, 혹은 추억이 얽혀있는 금 목걸이나 반지를 팔려니 감정적으로 몹시 섭섭한 경우, 친구나 친지들과 어울려 여럿이 한꺼번에 금을 팔면 좋지 않을까.
그런 취지로 생겨난 것이 골드 파티이다. 전당포나 보석상이 주관이 되어 작은 파티를 마련하는 것이다. 술도 있고, 음식도 있어서 일종의 해피 아워 같은 모임이다.
미시건 셀비에 사는 28살의 교사도 며칠 전 그런 파티를 열었다. 여성들이 모여 안주를 곁들여 와인을 마시며 담소하는 동안 귀금속 전문가가 그들이 가져온 금의 무게와 순도를 조사하고 그날의 금 시세에 따라 수표로 액수를 지불했다.
29세의 가정주부 레젠 핀들리는 그 날 자기 어머니의 것과 자신의 것을 합쳐 금 장신구 수십개를 가져왔는데 핀드리의 어머니가 소유한 것만도 365달러어치에 달했다.
추억이 얽힌 금 장식품들을 파느라 가슴이 쓰린 사람들이 있다면 반대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 여성은 지난 몇달간 금 장신구들을 팔아 1,000달러 이상을 벌었다. 500달러에 판 14캐럿 금목걸이를 포함, 모두 전 남편에게서 받은 것들이었다. 이혼한 남편과 관련된 물건들을 부담 없이 팔아 치운 것이었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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