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가 너무 많아서 힘들어 죽겠어요!”
같은 교회에 다니는 한 집사님이 나에게 하소연을 했다. 중학생 한 명과 초등학생 한 명을 키우는 분인데 아이들이 혼자 힘으로는 너무 힘들다고 해서 매일 숙제를 도와주신다고 한다.
또 가끔 과학 프로젝트나 역사 발표 과제가 주어지면 새벽 2시까지 쩔쩔 매며 아이들을 도와준다고 불평을 하셨다.
숙제가 너무 많다는 불평은 새로운 게 아니다. 옛날부터 학생들이 늘 해온 불평이다. 그런데 실제로 지난 몇 년 전부터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숙제의 양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점점 불어나는 숙제를 끝내려니 이제는 자녀들을 돕는 부모들도 학생들과 같이 숙제의 양에 대해서 불평을 하게 된 것이다. 매일 끝내서 제출하지 않으면 성적이 떨어지고 시험 점수도 좋게 나오지 않으니 귀찮아도 도와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경제적 여유가 있든 없든 숙제를 돕지 못하는 부모들은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거나 개인 교사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은 건 우리가 다 아는 사실이다.
이렇게 숙제가 많아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몇 년 전부터 고등학교 졸업 필수과목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데, 교육구에 따라 다르지만, 2년만 공부해도 되던 외국어 과목과 과학 과목을 3년으로 늘린 학교들이 많아졌다.
수학도 예전에는 대수학 정도만 마치면 졸업할 수 있었지만 이제 꼭 3년 동안 수학 과목을 공부해야 졸업 필수학점을 만족시킬 수 있다. 더 나아가 체육도 필수과정으로 들어가 예전에 체육 크레딧을 받던 마칭밴드(marching band)나 치어 리딩(cheer leading)반 학생들도 따로 체육을 해야 하니 6, 7교시까지 학교에 남느라 하루가 더 짧아졌다.
숙제가 많아진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미국에서 공립학교 학생들은 모두 일 년에 한 번씩 각 주에서 주어지는 표준시험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졸업시험에 합격해야 졸업을 할 수 있다.
사실 이런 표준시험들은 옛날부터 시행해 왔지만 부시 대통령의 ‘No Child Left Behind’ 교육정책으로 인해 까다로워졌다. 점수가 좋게 나오지 않는 학교, 또는 점수가 떨어지는 학교들은 예산지원이 감축되거나 심하면 학교 문을 닫아버리는 등 벌칙이 주어지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벌칙들을 피하기 위해 ‘위험상태’(at-risk)의 학교들은 점수를 올리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거기다가 이 시험들은 빠르면 4월 중순에서 5월 중순쯤에 치러지는데, 보통 학교들이 6월 중순쯤 여름방학을 하니까 학생들이 과목별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두 달에서 한 달반 정도 짧아지는 것이다. 학생들이 시험을 잘 볼 수 있도록 선생님들은 최선을 다해 가르치지만 교과서에 있는 모든 정보를 제공하려니 시간이 모자라 숙제로 대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숙제가 많고 시험을 많이 보는 게 나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표준시험에 큰 비중을 두고 가르치기 때문에 창의력과 독창력을 키우던 예전의 미국 교육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학교의 수업들이 본래의 목적과 달리 시험을 잘 볼 수 있도록 가르치는 수업으로 점점 변해버리는 것 같다.
표준시험은 더 효과적인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도구이지만 그것이 오히려 교육의 발전을 막는 수갑이 되어버린 것 같다. 표준 시험에만 매달리느라 미국의 교육이 진정한 교육의 뜻을 찾지 못한다면 아무리 많은 숙제를 내어주어도 다른 나라의 교육을 따라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서재필
벨플라워 중학교 합창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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