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얼마 전까지 풍부했던 자금의 유동성을 맘껏 즐기며 지난 10여년간 높은 수익률로 황금시대를 구가했던 사모펀드와 헤지펀들이 지금은 온갖 수모를 겪으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몰아친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돈줄이 꽉꽉 막혀버리고 투자한 회사들이 줄줄이 파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수익은 기록적인 손실로 대체되었고 주가는 사정없이 내동댕이쳐지고 있다. 산이 높으면 계곡도 깊다는 투자 격언을 다시금 기억나게 하는 대목이다.
모래를 흔들 듯

주위에서 선수급 수준의 야구나 테니스를 해왔던 사람들이 골프를 시작하면 빨리 발전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필자도 클럽 수준의 테니스를 해왔기 때문에 골프스윙을 쉽게 익힐 수 있었다. 그러나 누구든지 그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되는데 다른 운동에서 몸에 쌓인 습관이 초보시절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어느 정도 수준이 향상되면 오히려 고치기 힘든 큰 장애물로 변하기 때문이다.
드라이버에서 퍼터까지 다양한 종류의 샷은 골프게임을 흥미롭게 만든다. 물론 민감한 여러 가지 샷을 익히는 것이 쉽지 않다. 한 때 최고의 무기였던 드라이버 샷이 언제부터 흔들리고 타이거 우즈도 무섭지 않다고 자신했던 퍼팅이 지금은 가장 근심거리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모래를 담으려면 계속 흔들어야 하듯이 드라어버 샷이 흔들릴 때 다양한 아이언 특히 상상력이 필요한 샷 메이킹을 배울 수 있고 아이언 샷이 불안할 때 변화무쌍한 숏게임을 실제로 익힐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계절처럼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므로 스트레스 받기보다 발전하는데 꼭 필요한 요소로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항상 자신의 강점에 의지하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원칙은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시장의 제1 교훈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글로발 신용경색 위기가 경제 전반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급기야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융시장에 2,000억달러의 유동성 자금을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그 파장은 핑크빛 인생을 만끽하던 사모펀드와 헤지펀드를 포함하는 모기지 투자업체로 옮겨 붙고 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의 하나인 블랙스톤은 지난해 4분기에 무려 1억7,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전년 동기에는 1억8,000만달러의 순익을 올렸었다. 칼라일 캐피털은 채권은행들의 마진콜을 막지 못해 사실상 디폴트의 수모를 당했다.
경제와 시장의 불확실성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는 유가와 금가격에서 쉽게 인지할 수 있다. 유가는 110달러를 넘어섰고 금가격은 1,000달러 고지를 점령했다. 또한 공격적인 금리인하에 따른 달러 약세화가 지속되고 국제 투기자금이 상품시장에 급격히 유입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곡물 선물가격을 살펴보면 밀과 콩 그리고 옥수수는 지난해 초 대비 각각 125%, 88%, 46% 급등했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의 30~40%는 투기로 인한 거품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오르지 않더라도 2000년의 IT와 닷컴붕괴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대조정에서 알 수 있듯이 투기와 거품은 반드시 제거된다는 것이다. 꺼지지 직전의 촛불이 가장 밝다는 시장의 제1 교훈을 명심하고 새롭게 재개편되고 있는 경제와 시장의 흐름을 반영하는 자산의 재배치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310)895-0406
변재성 <워델 & 리드 재정자문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