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이 직접 걸어서 탑승하도록 만들어진 쿠팡 공항의 활주로 전경.
크리스 김 사장(오른쪽 끝)과 월드비전 인도네시아 직원인 헬렌(가운데), 니켄이 코코넛 열매를 시음하고 있다.
월드비전 - 본보 사랑의 결연 인도네시아 쿠팡을 찾아 2
<김동희 특파원> 본보와 공동으로 지구촌 어린이 돕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월드비전의 안내로 방문한 첫 도시는 쿠팡이었다. 길게 늘어진 인도네시아 동쪽 끝에 위치한 ‘쿠팡’은 수도 자카르타에서 비행기로 약 5시간 거리에 위치한 시골도시다. 번화한 거리에 잘 다듬어진 고속도로가 즐비한 대도시와는 비교도 안 되는 시골이지만 소박하고 온정 넘치는 남방의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는 곳이다. 자카르타나 수라바야 등의 대도시와는 달리 쿠팡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손님맞이 문화가 눈길을 끈다. 자신들의 마을을 방문한 손님들을 위해 마을 어른들은 전통의상을 차려입고 한 줄로 서서 독특한 노래로 손님을 맞이한다. 손님상에 올려지는 ‘피낭’이라는 과일을 손님이 먹고 입술이 빨갛게 되면 “당신을 받아들이겠습니다”는 뜻이다.
호주 인접 파아란 하늘 남방분위기 물씬
라임같은 과일 씹을수록 입술까지 빨갛게
전통의상을 입은 한 여성이 열매 ‘피낭’을 먹기 좋게 잘라주자 최명자 찬양사역자(오른쪽)가 맛을 보고 있다.
■ 피낭을 아십니까
‘월드비전 인도네시아 비전 트립’ 일행들이 ‘피낭의 진수’를 맛 본 것은 툰페우 초등학교를 방문해서다.
마을 어른들의 환대와 초등학생들의 귀여운 춤에 이끌려 교실로 들어가니 말로만 들어오던 ‘피낭’이 놓여 있었다. 피낭은 쿠팡지역에서 나오는 초록색 나무열매로 라임과 겉모양이 비슷하다.
하얀 속을 계속 씹다보면 빨갛게 변하는데 입안을 소독하고 치아를 건강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는 것. 쿠팡 사람들은 치약과 칫솔이 없던 시절부터 피낭을 통해 구강건강을 지켜 왔다고 한다. 하나의 단점이라면 피낭을 씹으면 입안이 모두 빨갛게 변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쿠팡 사람들은 남녀할 것 없이 모두 입술이 빨갛고, 일부는 오랜 시간 동안 누적된 피낭의 잔재로 치아가 모두 붉게 물들어 있다.
이들은 피낭을 손님접대 때에도 사용하는 데 자신들을 방문한 손님이 피낭을 씹어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입술이 빨갛게 변하면 이를 “나(손님)는 당신과 당신들의 문화를 받아들입니다”라는 뜻으로 해석한다는 것.
툰페우 초등학교의 학부모들도 ‘비전 트립’ 일행들에게 피낭을 직접 잘라 건넸다. 모두가 빨간색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씹었다. 맛은 떫은 감을 먹었을 때처럼 입안이 뻣뻣해지는 느낌. 카페인 성분이 강해 열매의 침을 삼키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데 일행 중 몇 명은 본의 아니게 침을 넘겨 후에 머리가 ‘핑’돌고 땀이 ‘뻘뻘’ 나는 힘겨운 경험을 해야 했다.
모두의 입 속이 빨갛게 변한 모습을 보여주자 툰페우 초등학교의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은 환하게 웃었다. 우리는 그렇게 ‘빨간 입술’로 친구가 되어가고 있었다.
■ 옥수수와 코코넛의 참 맛
쿠팡에 있는 마을들을 방문할 때마다 어김없이 나오던 옥수수와 코코넛.
대부분 농사를 짓는 쿠팡 주민들의 주생산물이기도 하다. 특히 옥수수는 지역별로 맛이나 크기 등이 조금씩 다른 점이 특이했다. 옥수수를 통째로 쪄서 식사시간에 내놓는 마을도 있었으며 어떤 마을에서는 옥수수 알을 뜨거운 불에 볶아 나뭇잎 위에 올려 선보이기도 했다.
코코넛 역시 손님접대용이자 주민들이 즐겨 마시는 음료수. 초록색의 ‘애기 코코넛’(잘 익은 것은 갈색으로 변한다)을 따서 칼로 척척 잘라내면 안에 맑은 물이 들어 있다. 코코넛을 들고 그대로 마시고 나자 이를 반으로 갈라 안쪽에 있는 하얀 속살을 파서 먹기 좋게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입맛에 맞지 않아 슬며시 숟가락을 내려놓고 말았다. 귀한 손님이 왔다며 특별히 준비한 음식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미안했다. <계속>
전통가옥에 예쁜 화단 정겨워
■인상적 쿠팡공항
쿠팡에서 인상 깊었던 곳 중 하나는 바로 공항이다.
딱딱한 건물과 첨단시설이 완비된 도시 공항과는 달리 전통가옥 디자인에 화단이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항공기 탑승 때에도 공항 청사에서 통로를 통해 비행기를 타는 기존 방식이 아닌 활주로 나와서 100여미터를 직접 걸어 층계를 이용해 항공기에 올랐다.
습기가 많고 푹푹 찌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탁 트인 활주로와 푸른 하늘은 오래도록 도심에서 도시인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마음을 툭 터놓기에 충분했다. 쿠팡 공항에서의 출도착 수속은 끝없이 펼쳐진 활주로, 높은 하늘, 이국적인 분위기의 깨끗하게 정돈된 화단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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