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동부 서티모르섬 쿠팡지역에 있는 비스마락 초등학교 학생들이 바이올리니스트 주디 강(왼쪽)씨와 월드비전 중서부지역 김경호 지부장과 함께 해맑게 웃고 있다.
월드비전-본보 공동 ‘사랑의 결연’ 인도네시아를 찾아
빈민굴 속 동심들 되찾은 웃음
가난과 인권유린의 비참한 동심
한인후원 받아 밝은 웃음 되찾아
한국일보가 연중 특집기획으로 펼치고 있는 ‘2008 현장을 가다 - 세계가 우리의 무대’ 시리즈의 세 번째 순서로 본보는 김동희 기자를 현지에 파견, 지난 1~8일 7박8일간 인도네시아의 삶과 의식, 또 그곳에 들어가 가난을 일깨워주며 구호 사업을 펼치는 월드비전 사역을 생생하게 취재했다.
우리와는 아주 가까우면서 먼 인도네시아. 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각종 국제 대회를 유치할 정도로 한국보다 더 잘살았던 그곳은 선진국 여느 도시 못지않은 고층건물이 즐비하지만 그 그늘에 가려진 도시 빈민층, 그리고 낙후된 농어촌이 모습이 상존하는 두얼굴의 나라로 다가선다.
세계적인 휴양지 ‘발리’ ‘빈탄’으로 대변되는 곳이기도 하지만 밤에는 미성년자들이 부모에 의해 매춘현장으로 내몰리는 것도 2008년 3월 인도네시아의 현실이다.
수도 자카르타에서 비행기로 1시간반 거리인 대도시 ‘수라바야’는 낮고 밤이 완연하게 구별된다. 가장 번화하다는 도심 한편에는 한 달에 3달러가 없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거리를 방황하고 있다.
미성년자들이 밤마다 돈벌이를 위해 매매춘 현장으로 내몰리는 것도 2008년 3월 인도네시아의 냉혹한 현실이었다. 약 4,000여명의 매매춘 종사자 중 10% 이상이 12~18세 청소년들이라는 10년전 조사결과는 사회적 환경 속에서 얼마나 많은 청소년들이 꿈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지 여실히 드러낸다.
본보와 공동으로 ‘지구촌 아동결연 캠페인’을 펼치는 월드비전은 신음하는 이곳에 들어가 세계 각국의 후원 손길을 모아 희망의 빛줄기를 전해주고 있다.
지방도시 ‘쿠팡’과 인도네시아 제 2의 대도시 ‘수라바야’의 빈민가에서는 미주지역 한인들의 후원으로 학교가 세워지고 생계를 위한 기술과 자본이 제공된다. 미국의 교육시설에 비하면 낡은 책상과 허름한 도서관은 턱없이 부족한 모습 하지만 만만치 않은 현실의 장벽에도 불구하고 꿈과 희망을 이어가는 청소년들의 모습에선 인도네시아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곳곳에 페인트가 벗겨진 낡은 수라바야의 한 차일드센터의 아동들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빛내며 “의사가 꿈이다” “경찰이 되고 싶다”며 새 희망을 향해 힘찬 날개 짓을 하고 있었다.
순박한 주민들 목걸이 걸어주며 환대
월드비전 - 본보 사랑의 결연 인도네시아 쿠팡을 찾아
인도네시아의 시골마을 쿠팡 네카메세에 있는 툰페우 초등학교 학생들이 미국에서 온 손님들을 위해 영어로 환영 인사를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인도네시아는 멀지만 가까운 나라다.
한인들에게는 ‘인니’(印尼)로도 잘 아려져 있으며 인구는 약 2억 2,000만명에 달한다.
서쪽 끝에 있는 수마트라를 비롯해 자바, 칼리만탄, 술라웨이시, 이리안 자야, 할마헤라 등 주요 섬들을 바탕으로 약 1만7,000여개의 섬으로 구성된 세계 최대의 도서국가다.
수마트라 섬 서쪽 끝에는 지난 2004년 발생한 쓰나미로 최악의 피해를 입은 반다아체가 위치해 있으며 수도인 자카르타는 자바 섬 서쪽에 있다. 산유국인 인도네시아에서는 천연개스도 생산되고 있을 뿐 아니라 산림자원과 광산물도 풍부하다.
하지만 끊이지 않는 자연재해와 지속되는 경제위기로 국민 연간소득은 1,200달러선에 머무르고 있으며 일부 섬지역의 주민 연간소득 평균은 100~300달러 정도다.
서티모르섬 해안 농촌
초등교생 3분의2 월드비전 후원자 도움
낯선 이방인들이 탄 자동차가 지나가자 쿠팡의 하교길 학생들이 차량을 따라오며 장난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김동희 특파원> LA에서 비행시간만 24시간.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 다시 제2의 대도시라고 불리는 수라바야를 거쳐 서티모르섬의 쿠팡(kupang)에 도착하기까지는 꼬박 2박3일이 걸렸다.
산 넘고 물 건너 도착한 쿠팡은 정겹고 친절한 주민들이 살고 있는 아름다운 해안도시였다. 지도상으로 호주와 인접해 있는 것을 보고 바다를 가르키며 “배를 타면 호주까지 갈 수 있냐”는 다소 허황된듯한 질문을 했더니 안내자는 진지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노를 저으면 하루만에 도달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이슬람이 더 융성한 나라로 알려져 있는 인도네시아의 끝자락이 서양문화를 뿌리깊이 내리고 있는 호주와 불과 노를 저어 하루밖에 걸리지 않는다니, 바다로 갈라지는 두 나라의 문화 차이가 절실하게 느껴졌다.
소박한 도시 쿠팡에서는 ‘월드비전’을 통해 미주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고 있는 어린이들이 해맑은 웃음으로 취재진을 맞이했다. 네카메세읍(Nekamese Kecamatar)에 있는 툰페우 초등학교 입구에 도착하자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지역 주민들이 활기찬 음악과 환영사로 손님맞이 행사를 벌였다.
귀여운 춤을 추며 등장한 학생들은 손수 만든 전통 목도리를 한사람씩 목에 직접 걸어주더니 이내 손을 내밀었다. 자신들이 직접 교실로 안내해 주겠다는 신호였다. 생각지 않았던 환대에 미국에서 온 ‘손님’들은 학생들과 가벼운 춤을 추며 발걸음을 맞췄다.
툰페우 초등학교에서는 총 181명의 학생 중 110명이 월드비전을 통해 미국에서 후원을 받고 있으며 선진 농업기술을 비롯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을 지역사회 일꾼으로 키워가고 있었다.
페르디 아나보카이스 교장은 “똑똑하고 자립심 강한 아이들로 키우는 것이 교육 목표며 학생들이 중·고등학교로 진학하여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학비저축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면서 “운동장에 돌이 많아서 학생들이 위험하고 학교 주변에 펜스를 만들어 더욱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인구 40만 소읍들 옥수수 농사 주업
쿠팡군 한 복판에 있는 장터에서 물건을 파는 지역주민들. 한국의 시골 장터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다.
■쿠팡은…
행정구역상으로는 인도네시아 동부 누사 텡가라 티모르도의 주도로 티모르섬 남서부에 위치해 있으며 동티모르가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한 이후 쿠팡이 있는 곳은 서티모르로 구분된다. 서티모르는 쿠팡, 소애, 케파, 아탐부아 등 다시 4개 군(Kabupaten)으로 나뉘며 쿠팡군은 약 30여개의 읍(Kecamatar)으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읍은 면(desa), 리(dusun) 등의 하부 마을로 다시 나뉜다.
주민들의 연간소득은 200~300달러로 인구는 약 40만명. 대부분의 주민들은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주 생산물은 옥수수와 ‘파디’라고 불리는 곡류다.
‘월드비전’은 지난 80년 말라리아를 비롯한 풍토병으로 5세 미만의 어린이들의 사망률이 높아지자 이를 막기 위해 이 지역에 진출했으며 고아원 사업 등을 벌였다.
그 동안 교육과 지역 경제개발, 식수사업, 식량농경사업, 의교보건 사업 등을 통해 쿠팡 지역의 어린이와 여성, 지역주민들의 삶을 질을 높이고 지역사회를 개발하는 일에 앞장서 왔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