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사 잘못 시인…사임의사는 안밝혀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렸던 미국 뉴욕의 엘리엇 스피처 주지사가 성매매에 연루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인터넷판에서 스피처 주지사가 지난달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고급 매춘여성과 만나기로 예약을 한 것이 연방 당국의 도청에 걸렸다며 스피처 주지사의 매춘 연루 의혹을 보도했다.
자신의 성매매관련한 기자회견을 위해 준비중인 뉴역의 엘리엇 스피쳐주지사 (AP Photo/Tim Roske,File)
스피처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성매매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잘못된 행동을 했음을 인정하고 가족과 대중에게 사과해 성매매에 연루됐음을 시인했다.
그는 부인과 함께 한 회견에서 나의 가정에 대한 의무를 어기는 행동을 해왔다고 잘못을 인정하고 내 스스로 기대했던 기준에 맞춰 살지 못한 것에 실망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주지사 사임 여부에 대해서는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지난주 맨해튼 연방검찰은 미국과 유럽의 부유층 고객을 상대로 한번에 수천 달러씩을 받는 고급 매춘 조직의 운영과 관련된 4명을 체포했다.
신문은 이날 연방 당국의 수사 서류에서 뉴욕에서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인 ‘9번 고객’이라는 사람이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여성과 만날 것을 확인하는 전화를 한 것이 도청을 통해 확인됐다며 이 사건 관계자는 ‘9번 고객’이 스피처 주지사라고 확인했다고 전했다.
‘9번 고객’은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2월13일 매춘 조직인 엠퍼러스클럽 VIP의 매춘 여성과 만나기로 돼있었고, 스피처 주지사는 그날 저녁 워싱턴을 방문했다.
법원 진술서에는 호텔 이름은 명기되지 않은 채 이 남성이 871호에서 여성을 만난 것으로 돼있으며, 스피처 주지사는 당일 워싱턴의 메이플라워호텔에 투숙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당시 호텔방은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등록돼 있었다.
엠퍼러스클럽 VIP로 확인된 이 매춘 조직은 부유한 남성과 50여명의 매춘 여성을 뉴욕과 워싱턴, 로스앤젤레스, 마이애미, 런던, 파리 등에서 만날 수 있게 주선해주고 있으며, 이 클럽의 웹사이트에는 가장 비싼 매춘 여성의 화대는 시간당 5천500달러에 달한다고 수사당국은 설명했다.
신문에 따르면 스피처 주지사는 지난주 금요일 연방 수사당국 관계자가 자신의 주 정부 참모를 접촉했을 때 자신이 매춘 수사에 포함된 것을 알게 됐고, 주 정부 고위 관계자에게 자신이 성매매에 관련됐음을 알렸다.
스피처 주지사는 이번 파문에도 불구하고 사임의사는 밝히지 않았지만 도덕성 문제로 사임 압력이 커지고 있다. 폭스뉴스 등은 그가 곧 사임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뉴욕주 하원의 공화당 지도자인 제임스 테디스코 의원은 스피처 주지사가 주 정부 뿐 아니라 뉴욕주 전체의 명예를 더럽혔다면서 그가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 스피처 주지사는 누구 = 올해 48세인 민주당 소속의 스피처 주지사는 뉴욕주 검찰총장으로 명성을 쌓은 뒤 2006년 기록적인 득표율로 뉴욕주 주지사가 됐다.
그는 1999년부터 2006년까지 2차례 연임한 검찰총장 시절에는 월스트리트의 부패와 싸우면서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리기도 했으며 주지사 취임 이후에도 윤리개혁 등을 강조하며 주 정부의 부패 추방을 주창해왔다.
그가 검찰총장 시절 금융기록 조작 의혹을 제기해 모리스 그린버그를 AIG 회장에서 물러나게 했으며 리처드 스트롱에게는 회장 퇴임과 6천만달러 배상, 평생 주식거래 금지 처분을 안기는 등 월스트리트 거부와 최고경영진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군림했었다.
그는 또 검찰총장 당시 뉴욕의 고급 매춘조직을 운영한 16명을 체포하는 등 최소 2차례에 걸쳐 매춘조직 처벌에도 나섰었다.
타임지는 스피처 주지사를 검찰총장 재직 당시 ‘올해의 개혁가’로 꼽기도 했다.
그는 작년에는 일부 보좌관들이 정적인 조지프 브루노에 대한 악성정보를 수집해 언론과 공유하기 위해 주 경찰을 동원했으며 이후 이런 사실을 은폐했다는 정치사찰 스캔들에 휘말려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는 부인 실다와의 사이에 3명의 딸을 두고 있다.
ju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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