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역대 대통령 가운데 빌 클린턴만큼 추문에 시달린 사람도 드물다. 취임 전 대선 캠페인 기간 중에도 제니퍼 플라워스 등 숱한 여성 편력 스캔들로 고생하다 나중엔 화이트워터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휘말렸다.
대통령이 된 후에도 계속 이것이 문제가 되자 급기야는 케네스 스타를 팀장으로 한 특별 검사팀이 구성되고 수 년 동안 엄청난 예산을 들여 수사가 진행됐다. 그러나 나중에 가면 화이트워터는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고 엉뚱하게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수사로 변질된다. 급기야 클린턴은 이와 관련 위증을 했다는 이유로 연방 하원에 의해 탄핵 당하기에 이른다. 연방 상원의 유죄 평결 투표에서 찬성표가 2/3에 못 미쳐 간신히 자리는 보전했지만 망신은 톡톡히 당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그만한 일을 밝혀내려고 국민의 혈세를 펑펑 써가며 그 소동을 벌였냐는 비판의 소리가 높았다. 지금 미국에서는 특별 검사제가 폐기된 상태다.
지난 한 달 여 동안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상대로 제기된 비리 의혹을 수사해온 특별 검사팀은 21일 모든 혐의가 근거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며 이 당선인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번 검찰 발표와 다른 점은 검찰이 도곡당 땅 가운데 이 당선인 맏형 이상은씨 지분은 제3자의 차명 재산이라고 결론 낸 반면 이번에는 이상은씨 것이 맞다는 것 뿐이다. 오히려 이 당선인이 이와 무관함을 더 분명히 밝혀준 것이다. 이런 결론을 내려고 특검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회에서 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그 야단을 쳤는지 의아할 뿐이다.
더 이상한 것은 특검만이 진실을 밝힐 수 있다고 아우성치던 사람들의 침묵이다. 처음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를 탄핵까지 하겠다고 나섰던 의원들, BBK야말로 이 당선인의 도덕적 결함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건이라고 목청을 높이던 정동영 후보, BBK 의혹 때문에 이명박은 대통령이 될 수 없고 그래서 나왔다던 이회창 후보 모두 꿀 먹은 벙어리처럼 조용하다. 이번 특검 결과도 정치 검사들의 농간이므로 믿을 수 없다든가 그 동안의 숱한 의혹 제기가 정치 공세였으며 결과적으로 사실무근으로 밝혀져 죄송하다든가 뭔가 말이 있어야 하는 게 상식일 것 같다.
돌이켜 보면 취임을 2달도 남겨 놓지 않은 상태에서 특검을 한다는 것 자체가 경우에 맞지 않았다. 만에 하나 무슨 의혹이 드러나 검찰이 기소했다 하더라도 법원의 확정 판결이 있기 전에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죄인으로 볼 수 없다. 또 대통령은 재임 기간 동안 형사 소추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기소된 상태로 5년간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인데 현실성이 전혀 없는 얘기다. 한나라당과 많은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일 리가 없고 극심한 혼란만이 있었을 것이다.
BBK 사건은 대선 전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했고 국민들이 표로 심판했다. 거기서 그치는 것이 정도였다. ‘못 먹을 감 찔러나 보는’ 식으로 특검을 했다 결과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오자 ‘아니면 말고’ 식으로 외면하는 한국 정치 풍토는 이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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