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동으로 전 세계가 난리다. 그러나 20여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80년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세이빙스&론(S&L) 파동이 그것이다. 레이건 행정부가 과거 주택 융자에 국한돼 있던 S&L에게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길을 열어주자 무분별한 투자로 수천 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하면서 수많은 S&L이 문을 닫았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의 하나가 어바인에 본부를 둔 링컨 S&L이었다. 이 회사 회장이었던 찰스 키팅이 정부 당국의 조사를 받으면서 5명의 연방 상원의원이 그로부터 거액의 헌금을 받고 감독기관에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밝혀졌다. 상원 윤리위원회는 이중 가장 죄질이 무거운 앨런 크랜스턴(민, 가주) 의원을 견책하고 나머지 4명은 “문제가 있는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공개 비판했다. 이것이 소위 ‘키팅 5’라 불리는 스캔들이다.
이들 다섯 명 중 4명은 곧 정계를 떠났지만 나머지 한 명은 아직도 남아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바로 올해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이 확실시되는 존 매케인이 그 사람이다. 매케인은 ‘키팅 5’ 스캔들 후 돈이 정치에 미치는 악영향을 절감하고 ‘정치 자금 규제법’을 마련하는 업적을 남겼다.
문제는 이것이 사람들이 기억하는 그의 유일한 업적이라는 점이다. 공화당 내 보수파들은 이것이 정치적 견해를 표현할 수 있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위헌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또 보수파들의 신앙인 감세에 대해서도 미온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지금은 입장을 바꿨지만 2001년 부시의 감세안에 반대표를 던졌고 짐 제포즈 의원이 공화당을 탈당, 상원 주도권이 민주당으로 넘어갔을 때 오히려 그를 옹호했다. 낙태와 동성 결혼, 배아 복제 문제에 대해서도 온건한 편이다. 한마디로 공화당 핵심인 보수파 입맛에 드는 데가 별로 없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다는 데 대해 당내에 상당한 반발이 남아 있다. 미국인들이 심한 반감을 갖고 있는 몰몬 교도인 미트 롬니와 최근까지 무명 인사였던 마이크 허커비가 5일 경선에서 여러 주에서 승리한 것도 그 징표다. 매케인의 매력이라면 해군 제독의 아들로 월남전에 참전해 5년간 포로 생활을 한 전쟁 영웅이라는 점인데 그것만으로 백악관에 갈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대표적인 보수파 칼럼니스트인 조지 윌은 최근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올 대선은 민주당 등록 유권자가 공화당을 압도하고 정치 헌금도 더 걷었으며 지지자들의 열기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공화당의 힘든 싸움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거기다 전통적으로 집권당의 재집권 여부를 결정해온 경기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내 지지기반이 취약한 매케인이 유일한 희망을 걸 수 있는 민주당의 약점은 대선 후보가 흑인 혹은 여성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들에 대한 미국인들의 보이지 않는 편견이 공화당 몰표로 나타난다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유치한 희망이다. 이번 대선은 민주당이 이기는 것이 순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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