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히 감동적이었어. ‘불멸의 화가’라는 평가가 괜한 게 아니었어!”
“그게 왜 그렇게 대단한 작품이라는 거지? 그런 거 중학생이라도 그릴 것 같던데…”
요즘 한국에서 그림 이야기가 한창이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자고새면 무성한 화제의 홍수 틈을 비집고 미술이 한줄기 다른 화제의 맥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비슷한 시기에 시작돼 지금 한창 무르익고 있는 두 개의 ‘미술 이야기’이다.
첫째는 우리 신문 서울 본사가 주최해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반 고흐 전. 개막 50여일 만에 관람객이 35만명을 넘을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둘째는 용인 에버랜드에 있는 삼성가의 ‘그림창고’ 특검 수사. 지난해 김용철 변호사가 터트리면서 관심이 모아진 ‘삼성 미술품 목록’이 특검팀의 압수수색과 함께 갖가지 호기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특검팀이 가장 눈에 불을 켜고 찾던 작품은 미국 팝 아트의 거장인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700여만달러에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 이 그림이 이번 수사의 초점이라도 되는 듯 관심을 모았지만 아직 발견되지는 않았다.
대신 일반인들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리히텐슈타인의 주가가 대폭 올라간 것이 이번 특검 수사의 효과라면 효과. 요즘 서울에서 그림에 투자께나 한다는 사람이면 하나같이 눈독을 들이는 것이 리히텐슈타인의 그림이라는 소문이다. 해외 고가 미술품을 다루는 몇몇 화랑들은 “리히텐슈타인 작품은 없어서 못 판다”고 할 정도이다.
하지만 ‘행복한 눈물’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심드렁하다. 만화책 한 페이지를 찢어낸 듯한 그 그림이 뭐가 그리 특별해서 수백만 달러씩 하느냐는 반응이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일반인의 정서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미술 사조는 아직도 20세기 전후의 후기인상파 정도라는 설명이 될 수 있겠다. 지금 일반인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빈센트 반 고흐는 100여 년 전 사람. 그에 비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은 1960년대 작품. 두 화가 사이에는 70-80년의 시간적 격차가 있다. 19세기 전통 미술에 대한 반발로 등장한 인상파·후기인상파는 이제 정서적으로 수용이 되는 데 거기서 몇 단계 더 넘어간 팝 아트는 아직 잘 수용이 안 되는 것이다.
앤디 워홀, 리히텐슈타인 등이 대표로 꼽히는 팝 아트는 1950년대 영국에서 시작되어 1960년대 미국에서 꽃피운 예술사조이다. 2차 대전 이후 사회가 풍요해지면서 등장한 물질주의, 소비주의 문화를 표현하고 풍자하기 위해 그 시대의 가장 대중적인 캐릭터, 만화, 광고, 상품포장지 등을 순수미술로 끌어들인 것이 특징이다. 표현방식에서도 상업적 대량 인쇄매체의 조악함을 그대로 흉내 내 ‘그게 예술이냐’는 비난을 종종 받곤 했다.
리히텐슈타인이 팝 아트에 발을 들여놓게 된 데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그가 무명의 화가였던 60년대 초반 대여섯살 된 아들이 미키마우스 만화책을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빠는 절대로 이렇게 잘 그릴 수는 없을 거야!” 그래서 아들에게 보여주려고 그린 것이 미키마우스였고 이후 만화책을 그대로 본 딴 화풍에 심취하면서 그린 초기 작품 중 하나가 지금 한국에서 유명한 ‘행복한 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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