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가족 동반자살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에도 50대 한인가장이 부인과 딸에게 총격을 가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0일 이른 아침 LA동부 롤랜하이츠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에선 그래도 불행 중 다행으로 50세 부인과 26세의 딸은 부상만 당한 채 생명은 건졌다.
이번 사건의 원인과 정황은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주변사람들의 전언을 종합해 사업부진으로 인한 가정불화 정도로 추측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마치 연례행사 치르듯 계속된 끔찍한 가족 동반자살들의 기억이 채 지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새해 첫 달에 이 같은 비극을 목격해야 하는 커뮤니티의 심정은 참담하다.
한인가정상담소는 근래 가정폭력의 몇가지 특징들을 지적한 바 있다. ‘예전의 가정폭력은 욕하고, 때리고, 던지는 수준이었지만 요즘은 제2의 강력범죄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살인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흔한데 가장 큰 원인은 총기소유 때문이다. 이번 사건도 집에 총만 없었다면 참극은 십중팔구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40~50대 중년가장들의 좌절감과 중압감이다. 한인 가정폭력 가해자 중 40%가 이들이다. 도미 10여년이 지나도 한국식 고정관념을 쉽게 떨치지 못하며 가족 중 이민사회 적응이 가장 느리다. 그러면서도 생계에 대한 책임,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가장 강하다. 특히 이들이 사업 부진으로 경제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가정불화를 겪을 경우가 위험하다. 거기에 욱하는 성질까지 더해지면 사태는 가장 파괴적인 형태로 폭발하고 만다.
가족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커뮤니티는 원인을 규명하려 애쓰고 해결책을 발견하려고 노력해왔다. 가족 간의 대화를 원활하게 하고, 분노조절과 갈등해소 방법을 모색하고, 전문가와의 상담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대책들은 진부하게 들릴지 몰라도 가장 기본적인 해답인 것이 사실이다.
‘동반자살’ 아닌 ‘살인자살’이라고 매번 강조하듯 이번 사건 역시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되기는 힘들다. 그러나 유사한 사건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선 가해자의 입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정상담소 장종구 소장은 좌절과 소외감에 움츠러든 채 상담소 문을 두드리는 중년의 가장들은 ‘마치 새우처럼 등 구부린 모습’이라고 전한 적이 있다. ‘그들이 겪고 있는 삶의 고통들을 이해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면 이 같은 비극을 막는 길이 열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그의 조언을 되새겨 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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