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햄프셔 예비선거 전날인 7일 CNN 취재진은 아프리카 적도의 나라 케냐를 찾았다. 지난 연말의 대통령 선거 부정의혹을 둘러싸고 케냐 전역에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 무력 충돌 현장을 보도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보도진을 태운 차량은 ‘적도’ 표지물을 지나 구불구불 흙먼지 날리는 길을 달렸다. 가장 가까운 마을로부터도 수마일 떨어진 지역, 인적 없는 언덕 위에 서 있는 나지막한 집주인의 이름은 오바마이다. 미국 대선 정국의 샛별로 떠오른 버락 오바마의 친가이다.
오바마의 생부인 버락 후세인 오바마가 태어나고 자란 그 집에는 지금 오바마의 친할머니와 삼촌이 살고 있다. 텃밭의 옥수수를 다듬다 보도진을 맞은 할머니 사라 오냥고 오바마는 어느 나라 어느 시골에서나 만날 수 있는 순박하고 푸근한 할머니, 목소리가 미국의 조카와 너무도 닮은 삼촌 사이드 오바마는 그저 평범한 시골 아저씨.
오바마의 아버지가 미국 유학길에 오르지 않았다면 미국의 오바마도 지금쯤 그들처럼 TV도 없는 외딴 시골에서 옥수수 농사지으며 살고 있지는 않았을까? 헐벗은 아프리카 외딴 마을 출신의 아들이 어떻게 지구 최강의 나라인 미국을 움직일 지도자로 부상할 수 있었을까?
오바마는 그것을 ‘꿈’의 힘이라고 말했다. 아메리칸 드림이다. 지난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 기조연설에서 그가 한 말이다.
“오늘 밤 이 자리는 내게 특별한 영광입니다. 솔직히 이야기 해봅시다. 내가 이 단에 선다는 것은 상당히 가능성이 낮은 일입니다”
그를 민주당의 ‘떠오르는 별’로 확실히 부각시켰던 그날 연설에서 오바마는 자신의 빈한한 출생배경을 설명했다. 케냐의 시골에서 남의 집의 조리사로 일한 할아버지, 그 밑에서 염소를 기르며 자란 아버지, 그런가 하면 캔사스 작은 마을에서 정유공장과 농장 일꾼으로 일한 외할아버지 … 그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면 기회가 열리는 나라가 미국이라고 그는 역설했다.
“부모님은 내게 ‘축복’을 뜻하는 아프리카 이름, 버락을 주었습니다. 관용의 나라 미국에서는 이름이 어떠하든 성공의 장애물이 될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인종, 종교, 출생지… 모든 장벽을 부수고 분열을 허물어 미국이 하나가 되자는 것은 이제까지계속되는 그의 메시지이다.
“진보적 미국과 보수적 미국이란 없습니다. 미합중국이 있을 뿐입니다. 흑인의 미국, 백인의 미국, 라티노의 미국, 아시안의 미국은 없습니다. 미합중국이 있을 뿐입니다”
다인종, 다문화의 멜팅팟인 미국에서 사실 오바마처럼 좋은 표본도 없다. 인종적으로 절반의 백인이자 절반의 아프리카인인 그는 어머니가 인도네시아인과 재혼하면서 어린 시절 인도네시아에서 자랐다. 아프리카 문화, 아시안 문화, 백인 문화가 그의 안에서 혼재하고 있다.
종교에 있어서도 그는 멜팅팟이다. 지금 그자신은 기독교인이지만 아버지가 무슬림이었고 어머니는 무신론자에 가까웠다. 그 모두를 아우르는 멜팅팟의 아메리칸 드림이 가능하도록 변화를 몰고 오자고 그는 외친다. 이민자의 아메리칸 드림, 유색인종의 아메리칸 드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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