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저녁 플러싱에 위치한 뉴욕밀알 복지홈 한 켠에 두 여학생과 두 남학생이 모여 앉아 함께 책을 펴 놓은 채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한참 동안 번갈아 가며 진행된 두 여학생의 설명이 끝나자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남학생들은 뭔가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환하게 웃는다.
헌터 칼리지고교 12학년에 재학 중인 쌍둥이 자매 이애주, 현주 양은 또래 아이들이 한창 크리스마스 주말을 즐기고 있는 시간, 다운 증후군과 자폐증을 앓고 있는 10세 남아들과 함께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유래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처럼 이란성 쌍둥이 자매인 언니 애주양과 동생 현주 양은 매주 토요일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밀알 복지홈을 찾아 장애우들과 공부도 하고 야외에서 공놀이도 즐기며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
“밀알 복지홈에서 봉사를 하고 있는 친구의 권유로 2년 반 전에 시작한 복지홈 생활이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친구들이 마음도 열어주고 조그만 도움에도 고마워하는 모습에 이제는 저희들이 하는 일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아버지 이기식 씨는 “맨날 투정만 부리는 어린 애들로 알았던 딸들이 대학진학을 앞두고 학교생활도 힘들 텐데 한주도 빠짐없이 열심히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기특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애주, 현주에게 남들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인생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라고 말해줬는데 애들이 부모의 뜻을 잘 이해해주는 것 같아 뿌듯할 뿐”이라며 흐뭇해했다.애주, 현주 양은 학교에서도 수재로 꼽히는 우등생들이다.
SAT 점수가 애주 양은 2,320점, 현주 양은 2,370점으로 만점에 가까울 정도. 초등학교 내내 탑 클래스반에 속해 수료한 쌍둥이 자매는 운동은 물론 피아노, 플롯, 드럼 등 못하는 게 없는 만능 재주꾼들이다.
특히 애주 양은 글 솜씨가 뛰어나 학습교재업체인 스콜라스틱에서 인턴생활을 통해 인터넷 웹사이트에 일반 학생들에게 정보가 될 만한 내용을 기사로 쓰고 있다. 장래 희망을 묻는 질문에 애주 양은 “심리학자가 될 거에요. 장애우들의 고민 상담은 물론 새로운 정신 질환 치유법을 개발하는 데도 한 몫을 하고 싶습니다.”라고 당차게 말한다.
애주 양은 “대학에 진학을 해서도 가능한 장애우들을 돕는 봉사활동을 계속하면서 장애우들에 대한 더 많은 지식을 쌓는 데 열중할 겁니다.”고 덧 붙였다. 동생인 현주 양도 장애우들을 위한 공부를 하고 싶기는 마찬가지다. 바로 의사가 되는 것. 의사가 돼 장애우들이 겪고 있는 병들을 치료할 수 있는 의술 개발에 참여하고 싶은 게 현주 양의 목표다. 현주 양은 “원래는 아빠로부터 한국의 유명 여성의사 이길녀 박사가 환자들에게 행한 희생정신 얘기를 듣고 저도 이 박사와 같은 의사 길을 가겠다고 다짐했던 꿈을 복지홈 봉사활동을 하면서 더 굳혔어요. 의과대학에 진학해 장애우들의 삶의 질을 더 향상시킬 수 있는 의술 개발을 하는 데 노력할 거에요”라며 힘주어 말했다.
현주 양은 이를 위해 올해 인턴 생활을 산부인과에서 보내기도 했다.
애주, 현주 양은 “지금으로선 우리의 꿈을 이룰 수 있을 지 저희들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할 작정이에요. 저희가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모두들 응원해 주세요”라며 활짝 웃는다. 애주, 현주 양은 이기식, 이순연 씨의 3녀 중 첫째와 둘째다.
<김노열 기자>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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