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들의 사임이 잇달고 있다. 윌셔은행의 민수봉 행장이 지난 20일 전격적으로 사임한지 열흘도 안 돼 한인사회 최대 은행인 한미은행의 손성원 행장도 돌연 사표를 던진 것이다. 손 행장의 경우 6년 임기의 절반도 못 채웠다. 민 행장도 임기를 1년 반이나 남긴 상황에서 물러났다. 2007년이 그 끝자락을 드러낸 시점에 한인 은행장들의 이같은 ‘중도하차형’ 사임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왜 한인 은행들의 리더십이 이처럼 흔들리고 있는 것일까. 한 마디로 경영실적이 부진한 탓이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한인 은행 주가폭락으로, 이로 인해 엄청난 액수의 시가 총액이 증발했다. 한미은행의 경우를 보자. 한 때 22달러를 넘었던 주가는 1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서 27일 현재 8.77달러로 마감됐다. 이로 인해 빠져나간 주식 시가 총액은 6억달러에 이른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윌셔은행도 마찬가지다. 주가가 폭락하면서 시가 총액에서 2억달러가 빠져나갔다. 수백만달러의 손해를 본 대주주가 하나 둘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번 사태는 사실 예상되어 온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서브프라임 사태로 금융계는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인은행의 경우 그 피해는 그러나 더 심각하다. 한 때의 호경기에만 안주, 지나치게 부동산 쪽에 대출이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안이한 여신정책이 결국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부실대출 급증사태를 가져오고 순익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위험수위에 이른 한인 은행들의 부실대출은 그러나 외부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내부의 구조적 문제로도 볼 수 있다. 생겼다 하면 은행이었다. 훈련된 인력은 한정돼 있다. 그 상황에서 사람 빼가기에 혈안이다. 당연히 몸값이 오른다. 그 와중에 외형적 확장에 실적 경쟁만 가중된다. 그러니 미자격에, 편법성 대출이 이루어진다. 부실대출이 쌓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분명히 위기다. 한인 은행들이 기로에 선 것이다. 그러나 위기를 새로운 출발의 기회로 살려야 한다. 그 첫 발자국은 자기성찰이고 자기쇄신이다. 방만한 실적위주의 경영은 안 통한다. 말 그대로 ‘은행인’다운 탄탄한 경영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체질개선을 통해 한인 은행들은 새로운 리더십 구축과 함께 재도약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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