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델란드 대학에서 인간의 식습관 연구위한 실험실로 운영 시작
천정과 바닥, 의자와 벽에 온통 카메라·센서설치, 모든 동작 관찰
로비·샤핑몰 등 감시카메라에 익숙해진 현대인들 “상관 안 해요”
언뜻 봐서는 ‘미래의 레스토랑(Restaurant of the Future)엔 별다른 것이 없다. 과학자들과 학생들이 점심을 먹으러 들르는 넓고 밝은 대학 구내식당이다. 주방장 얀 키에비에드는 불좋은 스토브에서 고추를 볶고, 보조들은 냄비를 닦고, 손님들은 샐러드와 렌틸수프를 퍼담고 있다.
그러나 네델란드의 바게닌겐 대학에 위치한 ‘미래의 레스토랑’ 안에선 모든 사람의 모든 동작이 숨겨진 카메라와 센서에 의해 일일이 기록된다. 손님이 수프를 담아 계산대로 가면 보이지 않게 장치된 바닥의 계기가 작동을 시작한다. 먹으려고 앉으면 의자가 손님의 심장박동을 재기 시작한다. 손님이 샐러드를 먹기 시작하면 다른 층에서 연구진이 그가 얼마나 빨리 혹은 천천히 씹는가를 지켜볼 것이다.
수목이 아름다운 바게닌겐 대학 캠퍼스에 자리잡은 이 레스토랑은 아주 친절하고 편안해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벽과 바닥 속엔 전함을 연상케 할 만큼 수많은 전선과 스위치로 온통 싸여져 있다. 이 식당은 사실은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명제인 ‘각 사람들의 먹고 마시는 습관의 특성은 무엇에 기인하나’를 연구하기 위한 새로운 리서치센터이다.
그동안 식품회사들과 요리사들은 오랫동안 이 문제에 대해 숙고해왔고 패스트푸드 산업이 번성하면서 이 해답을 찾기위해 조리와 시식등을 거듭하는 실험용 연구소들이 급증했다. 네델란드 대학의 ‘미래의 식당’이 이런 연구소들과 차별화되는 것은 우선 실험의 규모라고 식당 디렉터 르네 코스터는 말한다.
앞으로 10년에 걸쳐 심리학자와 물리학자를 포함한 20여명의 과학자 팀이 매일 점심을 먹으러 온 고객들은 모니터할 계획이라는 것. 지난 11월부터 시작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서명한 학생과 스탭들도 250명에 달한다.
경제학자로 이 대학의 농업기술 및 식품과학 팀에서 일해온 코스터 디렉터는 이번 연구의 결과가 인간의 식습관에 대한 의문들에 해답을 제시, 정책결정자와 건강관계자, 그리고 식품 기업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사람들은 너무 비만해지고 있습니다. 체중이 늘면 병이 나고 죽을 수도 있다는 경고조차 별 효과를 못보고 있지요”
그래서 식사하는 성인의 행동분석에 착수했다고 코스터는 말한다. 이 새로운 실험실-식당엔 몰래 카메라와 조명, 음향 등에 변화를 주는 장치들이 설치되어 있다. 리서처들은 조명의 빛깔과 실내의 소리, 가구의 냄새 등에 크고 작은 변화를 가하면서 식습관에 대한 환경의 영향력을 시험한다.
“식탁에 신선한 꽃을 꽂아 놓았을 때, 접시에 빨간 라이트가 빛날 때,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서브할 때 네모 난 접시와 컬러플한 접시에 대한 반응은 다를까요? 식당 내에 과일향의 스프레이를 뿌려두면 사람들이 건강식을 주문할까요?” 4백만 달러 예산의 이 프로젝트 파트너인 네델란드 식품대기업 소덱스호 회사의 리서치 디렉터 니코 휴켈스는 설명한다. 물론 이 식당에선 건강 음식과 함께 캔디, 소다, 프렌치프라이 등 비만음식도 서브한다.
점심 먹는 손님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레스토랑 천장에 숨겨진 24개의 카메라에 찍혀 컨트롤룸의 화면에 비쳐진다. 컨트롤 룸의 연구진들은 주문하거나 음식을 씹거나 이야기 하는 손님들의 모습을 줌인해가면서 관찰한다. 이들이 동원한 뉴테크놀로지에는 웃고 찡그리고 놀라고 빤히 쳐다보는 등 사람들의 각 표정을 자동적으로 분석하는 ‘얼굴 읽기’도 포함되어있다.
감시하는 ‘빅 브라더’의 코앞에서 먹는 것은 예전에는 끔찍한 일이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다르다. 호텔로비, 공항, 샤핑몰 등 현대인이 사는 공간엔 어디에건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있으니 프라이버시에 대한 개념도 달라졌다.
감시를 당하는 식당 손님들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토요일 밤에 카페에 가보면 사방에 감시카메라가 돌아가는데요, 뭘. 그게 우리의 일상 아닙니까. 게다가 이 프로젝트는 얼마나 흥미롭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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