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비지 가족’여동생 역 맡은
23일 개봉된 ‘새비지 가족’(The Savages-영화평 ‘위크엔드’판)에서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관계가 소원했던 오빠(필립 시모어 하프만)와 한 집에 살게 된 여동생 역을 맡은 로라 린니(43)와의 인터뷰가 지난 8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서 있었다. 금발에 보조개가 패인 아름다운 얼굴의 린니는 단아한 자세로 앉아 명료하고 깊이 있는 답변을 했는데 칭찬을 들으면 “하하하”하고 맑게 웃으며 얼굴에 홍조를 띠었다.
나이들수록 고립 자초
열린 마음으로 살아야
-영화에서처럼 당신의 여동생과 자주 다툰 경험이 있는가.
▲내 여동생은 나보다 11세 아래인데다가 우린 한 집에서 자라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더 좋아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자식들이 나이 먹은 부모를 돌보는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시피 한다.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부모를 가진 사람들이라면 모두 언젠가는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오게 마련이다. 난 내가 책임져야 할 몇 사람들과 함께 앉아 “당신들이 아직 건강할 때 후일에 대비한 결정을 우리가 함께 내릴 수 있도록 지금 날 도와주는 것이 당신들이 나를 크게 사랑해 주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소 어색하고 병적이긴 했지만 우린 실컷 웃으면서 여러 가지 사항을 결정했다.
-배우로서 당신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기거나 또는 놀라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언제나 내가 하는 일을 사랑했다. 그 사랑이 내게 돌려준 보답의 크기에 난 경탄하고 있다. 그것이 날 가장 놀라게 하는 것이다. 기대치 않았던 일을 경험하고 사람을 만난다는 것에 나는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있다.
-필립 시모어 하프만과 일한 적이 있는가.
▲우린 무대 뒤에서 가끔 만난 적은 있으나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와 나는 비슷한 작업윤리를 갖고 있으며 일에 접근하는 방법도 유사하다. 그처럼 훌륭한 파트너가 있을 때는 발을 헛딛게 되질 않는다. 영화를 찍으면서 내 일이 언제 끝나고 그의 일이 언제 시작되는지를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나는 그의 연기에 반작용을 했을 뿐이다.
-당신은 늘 우아하고 여성적인 모습과 몸매를 갖추고 있는데 체중과 몸매에 집착하는 할리웃의 압력을 느끼지 않는가.
▲다행히 난 늘 날씬한 몸매를 유지해 왔다. 체중이 약간씩 가감하긴 하지만 압력은 느낀 적이 없다. 그러나 그 문제가 어떤 사람들에겐 엄청난 압력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안다.
-당신은 지금 어디서 사는가.
▲ 난 영화 때문에 여러 군데서 살고 있는 셈이지만 주로 콜로라도와 코네티컷서 살고 있다.
-당신은 지금 약혼한 것으로 아는데 상대의 매력은 무엇인가.
▲그는 내게 엄청난 기쁨을 주는 남자다. 그가 즐거운 사람이라는 것이 참 좋다.
-사람이 어떤 나이에 이르면 쓰레기처럼 처리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미국에서는 가족들이 더 이상 함께 살지 않고 또 사람들이 죽음을 매우 두려워하고 있다. 죽음이란 것이 너무나 숨겨져 있어 사람들은 그것이 무엇인지를 몰라 죽을 듯이 그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래서 나이 먹은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모여 사는 곳으로 이주하는데 고립된 커뮤니티란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신들을 고립시키고 있다.
-당신은 대부분 LA를 떠나 일하고 있는데 LA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LA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곳이다. 테레사 수녀가 여기에 온다면 자신의 입은 옷 때문에 스스로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하게 될 도시이다. 이곳은 당신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곳이어서 주의를 해야 한다.
-영화에서 보니 당신의 각선미가 아주 좋던데.
▲다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많다. 다리로서 얼마든지 대화를 소통할 수도 있다. 그리고 난 무용수였다.
-당신의 뛰어난 연기는 모두 각본가의 감독 데뷔작에서 나타났다. ‘나를 믿어도 돼’와 ‘오징어와 고래’ 그리고 이 영화가 다 그런데 당신과 데뷔 감독 간에는 어떤 행운의 공생관계라도 있는가.
▲그런 건 아니다. 각본을 쓰고 감독을 하는 경우 대부분 이 영화처럼 그 얘기가 그들의 자전적이거나 반자전적인 것이어서 역을 맡으면 그들이 자신들의 얘기를 하는 것을 도와주고파 진다. 그런 것이 재미있는 일이다.
-당신은 영화를 찍느라 늘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데 당신의 뿌리가 있는 곳은 어디인가.
▲삶의 시간대에 따라 뿌리도 다르게 마련이다. 난 맨해턴에서 자라 그 곳과 깊이 연결돼 있다. 커서 내 직업 때문에 여러 곳을 다니면서 나는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뿌리를 내리곤 했다. 지금은 뉴잉글랜드의 코네티컷이 내 뿌리가 있는 곳이다. 그러나 집시 같은 삶은 매우 도전적 삶으로 흥분되고 경이로운 것이다. 어딘가에 완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는 것은 다소 두려운 일이어서 난 늘 그것과 다투고 있지만 이젠 그런 현실에 나를 맡긴 셈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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