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태어나서 가장 왕성하게 자라는 시기는 생후 1년 동안이다. 어린 아기의 체중은 태어나서 4개월 후 2배로, 1년 후에는 3배로 늘어난다. 태어나서부터 유치원에 다닐 때까지 개개인의 성격과 습관, 건강과 잠재 능력 등이 거의 결정된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제대로 자라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이를 의학 용어로 ‘무럭무럭 자라지 않는 병’(failure to thrive syndrome)이라고 부른다. 물론 영양실조로 먹지 못해 그러는 경우도 많지만 일부 아동은 충분히 먹는데도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 그 주원인의 하나는 애정 결핍이다. 어린아이일수록 수시로 안아주고 쓰다듬어주지 않으면 정서적으로 불안해지고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긴다. 심한 경우 죽는 수도 있다.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를 보면 철사 줄로 만들어 젖병을 물린 어머니 원숭이 인형보다는 젖이 없지만 부드러운 헝겊으로 만든 인형을 더 좋아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아무리 시설이 잘 돼 있어도 (그런 경우는 별로 없지만) 고아원에서 자란 아이는 어딘가 쓸쓸하고 마음 속 깊은 곳에 상처가 남아 있는 것은 그런 이유다. 아동 전문가들은 부모가 없거나 버려진 아이들의 경우 입양이 최선의 길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한국은 여러모로 특이한 나라다. 입양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53년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한국 아동 국제 입양 프로그램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됐고 해외로 입양된 총 아동 수도 제일 많다. 지난 50년간 15만 명 이상의 한국 아동이 외국 가정에서 길러졌다. 90년대 들어 중국과 러시아가 해외 입양을 널리 허용하면서 연도별 입양아 순위는 세 번째로 밀려났지만 지금도 매년 2,000명의 한국 아동이 해외로 나가고 있다. 한국보다 인구 26배, 3배에 달하는 중국과 러시아가 4,000명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인구 비례로 한국은 아직 단연 1위다.
한국 정부는 해외 입양아 수를 매년 3~5%씩 줄여 2015년에는 이를 없앤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 숫자는 매년 줄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아이를 입양하려는 가정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2005년 현재 입양이 필요한 9,420명 중 국내 입양은 1,461명에 불과했다. 2,000명은 해외로 입양되고 나머지 6,000명은 고아원 신세를 지다 18세가 되면 아무런 지원 없이 사회로 나가야 한다. 고아원 수용 아동 수는 2004년 1만7,000명에서 2007년 1만9,000명으로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 미국에 신세진 것이 많다. 그 중 하나가 입양이다. 지난 50년간 해외 입양된 15만 중 10만 명을 미국 가정이 받아줬다. 이들 가운데 문제아도 있겠지만 절대 다수는 한국에 있었을 경우와 비교해 훨씬 더 정상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6.25 직후 한국이 정말 어려웠을 때 해외 입양을 한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GDP 세계 11위를 자랑하는 지금 아직도 사실상 해외 입양 1등국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신생아 수가 급속히 줄어 인구 감소가 예상되고 있는 요즘은 더욱 그렇다. 모든 것이 급속히 바뀌는 한국이지만 입양에 대한 편견만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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