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뭘까. 기독교에서는 인간에게는 영혼이 있고 동물에게는 없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를 잘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유전학적으로 보면 인간과 동물은 거의 비슷하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침팬지의 경우 유전자의 98%가 인간과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분명 있다. 그 중 하나가 부끄러움을 느낄 줄 안다는 점이 아닐까. 부끄러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해도 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즉 도덕률에 대한 인식이다. 잘못을 저지르고 그를 뉘우칠 줄 아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특징이 아닐까.
그러나 인간 사회를 보면 소위 유명인, 정치인, 소위 사회 지도급 인사라는 사람들일수록 이런 부끄러움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 같다. 말을 수없이 뒤집고 몰래 지탄받을 짓을 다 하고 다니면서도 태연하기 짝이 없다. 한국에서 서류 위조와 주가 조작, 횡령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김경준씨의 부인 이보라씨가 20일 LA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남편의 결백을 주장했다. 이씨는 “이명박 후보가 BBK 실소유주며 이를 숨기기 위해 김씨를 위조범으로 몰고 있다”며 “어느 곳에서도 김씨가 사기나 주가조작을 범했다는 판결문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가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BBK 대표 재직 시절 김씨는 펀드 운영 보고서와 정산 지시서를 위·변조했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이 BBK의 투자 자문업 등록취소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이다. 그 후 김씨는 옵셔널 벤처스 코리아 주가 조작으로 거액을 횡령, 돈 세탁해 빼돌린 후 위조 여권으로 미국으로 도망친 혐의를 받고 있다. 연방 검찰도 돈 세탁 혐의를 인정, 그의 자산을 동결하고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송환한 것이다. 아직 유죄 판결이 없는 것은 재판이 열리기 전 김씨가 도주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과 관련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은 김씨뿐이 아니다. 아내 이보라씨와 누나 에리카 김씨 또한 옵셔널 벤처스 주가조작 사건 소액주주 피해자들이 주가조작 공모 혐의로 고소, 지금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피해자 모임인 소액주주연대에 따르면 에리카 김씨는 BBK USA와 옵셔널 벤처스 본사를 미국 현지에서 설립, 주가조작에 참여했고 이씨는 자금책으로서 각종 문서 위변조와 주가조작에 참여한 것으로 돼 있다.
이씨는 BBK와 옵셔널 벤처스에서 부장으로 업무를 지시했고 에리카 김 씨는 옵셔널 벤처스 코리아 이사로 재직했다. 물론 같은 회사에서 일했다는 것만으로 범죄에 공모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부부와 남매로 지내면서 김씨가 저질러온 일에 대해 전혀 관여하지 않았으며 아는 바도 없다면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더군다나 에리카 김씨는 최근 융자 서류 위조, 허위 세금보고 등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후 변호사 자격까지 반납한 인물이다.
이런 사람들이 자신과 김씨가 일으킨 사회적 물의에 대한 사과나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자신들이 오히려 피해자라고 강변하는 모습은 보기 딱하다. 지금이라도 인간과 부끄러움의 관계에 대해 좀 생각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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