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첫 아이 돌잔치를 갖는 회사원 강모씨는 초대한 친지와 친구들에게 돌반지는 사절한다고 밝혔다. 최근 언론을 통해 돌선물용 1돈짜리 금반지가 115달러까지 치솟았다는 보도를 접했기 때문이다. 행여 돌잔치 참석자들이 만만치 않은 돌반지 가격에 부담을 느낄까 봐 미리 사절의사를 밝힌 것이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타운에서 순금 1돈짜리 돌반지는 60달러정도였다. 돌잔치 선물로 가격부담도 적고 의미도 있어 인기가 높았다. 특히 금반지는 음양오행에 따라 금기가 약한 아이들에게 선물하면 건강하게 자란다는 속설이 있어 아기들 선물로 최고 인기를 끌어 왔다. 그러나 지금 타운내 보석상의 금 거래는 ‘한풍’을 맞고 있다. 워낙 가격이 폭등해 거래 자체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은 전세계인들이 예외 없이 귀하게 여기는 금속이다. 또 환금성이 뛰어나 투자 가치도 높다. 이런 이유로 지난 1997년 한국이 IMF 사태를 맞았을 때 수많은 국민들이 참여한 ‘금모으기 캠페인’은 수십억 달러의 외화를 확보하는데 효자노릇을 했다. 당시 대한민국 국민들의 장롱 속에 들어 있던 금은 3,000여톤(시가 300억달러)으로 추산됐는데 금모으기 캠페인을 통해 수백톤의 금이 세상으로 나왔다.
금모으기 캠페인 하나를 통해 한국이 IMF 체제를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을 하나로 모으고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는데 금모으기가 지대한 역할을 했음은 부인하기 힘들다.
금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재테크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이른바 ‘황금재테크’이다. 돈 버는 원리를 터득한 부유층들은 일찌감치 ‘골드러시’를 주도해 왔으며 최근 아마추어들도 이런 러시에 편승하고 있는 트렌드이다.
지난 몇 년간 ‘황금재테크’는 확실한 수익을 냈다. 8일 현재 금 온스당 국제시세는 840달러로 불과 2년전에 비해 2배 가까이 올랐다. ‘내일의 금맥’이라는 투자서를 쓴 마크 파버는 대표적 금 예찬론자이다. 그의 논리는 “미국 경제는 끊임없이 자본을 끌어 들어야만 파티를 계속할 수 있는 구조이다. 달러 평가절하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뭉칫돈은 금으로 몰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파버는 수년전 이 얘기를 했는데 지금 세계 경제는 그가 전망한 대로 흘러가고 있다. 달러화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그럴수록 금값은 폭등하고 있다.
사실 금은 달러화와 연계돼 20세기 전반만 해도 세계 환율체계의 근간이 됐다. 통상 미국경제가 어려우면 금값을 올려 숨통을 터주곤 했다. 하지만 1973년 이 시스템이 완전 붕괴되면서 달러화가 기축통화의 위치에 올랐는데 문제는 달러가 그 역할을 지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미국은 안정적 투자대상으로서의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돈이 금으로 몰리는 것은 파버가 예상했던 딱 그대로이다.
달러화 약세로 적정 투자처 찾지 못한 돈이 금으로 몰리고 이로 인해 금값이 뛰고 가격 상승으로 한인사회 금은방에 찬바람이 불어오고 찬바람과 함께 돌 금반지 구경하기가 점점 힘들어 지는 연쇄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당신 아이 돌잔치에 금반지 구경하기 힘들어진 것은 미국달러 약세의 ‘나비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한다면 너무 거창한 풀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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