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하기로 정평이 난 정치인이 있었다. 오랜 세월 2인자 그룹에만 속해 있었던 탓인가. 하여튼 신중한 언행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이 정치인이 어느 날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대권과 관련해 상당히 활발한 행보를 보인 것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그의 달라진 모습은 부모 묘소의 이장시기와 겹친다는 게 주변의 관측이었다. 말하자면 명당으로 알려진 곳에 부모의 묘소를 이장한 후 이 정치인은 대권을 향한 적극적 의지를 보였던 것이다.
당시 특히 세인의 눈길을 끈 건 그의 대선출마 선언식 자리였다. 예사치 않은 인물이 그 자리에 참석했다. 설송 스님이란 사람이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 당선을 예언해 유명해졌다. 때문에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만나 가르침을 청했던 인물이었던 것.
그 유명한 예언자가 후원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니 대권의 향방과 관련, 이 정치인은 가십의 주인공으로 떠올랐었던 것이다. 그는 그러나 경선에서 패퇴하고 말았다.
대권 향방의 예언 적중도가 높다고 해 유명해진 무속인이 있다. 그에게 관상을 봤다. 그랬더니 나온 이야기가 ‘황제의 상’이라고 했다. 그래서 대통령 경선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낙선했다. 얼마 전 끝난 신당 경선에 출마했던 한 정치인의 실화다.
시즌만 되면 역술바람이 분다. 대통령은 누가 되는가. 나의 운세는 어떤가. 뭐라 그랬나. 천기를 알아본다 하던가. 너도 나도 점집을 찾는다는 것이다. 비공식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정치인 중 90%가 시즌만 되면 역술가를 찾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풍수에 따른 부모 묘지 이장도 유행이다. 가장 유명한 것이 DJ의 가족 묘지 이장이다. 유명하다는 지관의 권유에 따라 가족 묘지를 이장했다고 한다. 그게 1995년의 일. 그리고 2년 후 3수 끝에 DJ는 대통령이 돼 ‘정치 풍수’의 살아 있는 신화가 됐다.
이후 부모 묘지 이장은 정치권에서 유행이 되다시피 했다. 이름 석 자만 대면 알만한 정치들이 너도 나도 명당을 찾아 조상 묘를 이장한 것이다.
이인제 민주당 후보도 일찍이 2004년, 명당자리라는 곳으로 모친의 묘를 이장했다. JP는 16대 대선을 앞둔 지난 2001년 선영을 이장했다. 한나라당의 김덕룡씨, 앞서 얘기가 된 정치인, 다시 말해 민주당의 한화갑씨도 명당자리를 찾아 조상 묘소를 바꾸었다.
그 대열에 이회창 한나라 당 전 총재도 합류했다는 보도다. 이 전 총재의 새 선영은 제왕이 태어날 지세라는 이른바 ‘군왕지’라는 곳이다. 이장을 한 시기는 지난 6, 7월께로, 마침 불거진 그의 출마론과 관련해 여러 가지 추측을 자아내고 있다.
한국의 정치는 이러다가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치’가 아닌, ‘명당’에 바탕을 둔 ‘풍수 정치’가 되고 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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