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을 기적적으로 4강에 올려 놓은 네덜란드 출신 거스 히딩크는 세계 축구계의 ‘스타 감독’이다. 그가 지도하는 팀마다 예상을 뛰어 넘는 성적을 거두니 당연히 스타 감독 소리를 들을 만하다. 현재 러시아 대표팀을 맡고 있는 히딩크는 얼마 전 축구종가 영국을 격파하는 파란을 일으키며 “역시 히딩크”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히딩크의 스타성은 그의 전술과 선수 지도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경기 중 그가 보이는 다양한 표정과 ‘어퍼 컷’으로 대표되는 인상적인 제스처, 그리고 언론들을 잘 다루고 그들의 입맛에 맞는 어휘를 명주실 뽑아 내듯 구사할 줄 아는 노련함 등이 어우러져 히딩크의 스타 파워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가 거대 산업으로 급성장해 오면서 일부 감독들은 선수 못지않은 스타로 대접 받고 있다. 감독이라고 다 같은 감독이 아닌 것이다. 대표적인 스타 감독 중 하나가 프로농구 LA 레이커스의 필 잭슨이다. 시카고 불스의 전성시대와 2000년대 초 레이커스의 일시적인 황금기를 이끈 철학자 풍모의 잭슨 감독은 중량감과 이미지에서 다른 팀 감독들을 압도한다. 대우도 물론 최고 수준이다. 그래서인지 안하무인의 태도를 지닌 수퍼스타 코비 브라이언트도 잭슨 감독 앞에서만큼은 함부로 행동하지 못한다.
올 시즌 디비전 4위에 머무는 등 최근 몇 년간 부진을 면치 못했던 LA 다저스가 최근 뉴욕 양키스 감독에서 물러난 조 토리를 신임 감독으로 영입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을 벌이고 있다. 토리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타 감독’이다. 그의 거취는 전국적인 뉴스가 될 정도이다. 그도 그럴 것이 토리는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구단인 양키스 감독을 12년이나 지냈다. 또 팀을 월드시리즈 정상에 4번이나 올려 놓았다. 양키스 감독은 중계와 보도에 가장 많이 노출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타가 돼 버린다.
다저스의 마지막 스타 감독은 타미 라소다였다. 그의 은퇴 후 다저스는 5명의 감독이 거쳐 갔지만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토리를 데려 오는 다저스의 계산은 뻔하다. 라소다에 버금가는 명성 있는 감독의 이름값을 최대한 활용해 시즌 티켓도 더 팔고 기업 스폰서십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토리는 당분간 이런 기대에 부응할 것이다.
양키스 시절 그를 스타 감독으로 만들어 준 것은 최고 실력의 베테런들이 안겨 준 성적과 감독 갈아 치우기를 밥 먹듯 하는 변덕스런 구단주 조지 스타인브레너와 12년씩이나 ‘동거’해 올수 있었던 인내와 후덕함이었다.
그러나 다저스 감독으로서 토리의 처지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성질이 만만치 않은 몇몇 노장들과 신예들을 어떻게 잘 조화시켜 구단과 팬들이 원하는 성적을 내느냐 하는 과제가 주어져 있다. 지금까지 토리 감독의 스타성은 다른 스타들의 빛을 반사해 발휘되어 온 감이 없지 않다. 이제는 스스로 빛을 내는 스타임을 증명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장기적으로 토리 감독이 스타 감독의 명성을 이어갈지 여부는 전적으로 그의 능력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토리 감독이 이름과 명성은 헛되이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의 ‘명불허전’(名不虛傳)을 입증해 낼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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