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 계열 대학에 재학 중인 J는 이따금 친구들 사이에서‘좀 이상한 친구’로 인식될 때가 있다. 나이 스물이 넘도록 운전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겉으로 봐서 아무런 결격 사유가 없는 젊은이가 무슨 이유로 운전을 안 배우는지 또래 친구들은 이해를 할 수 없다. 주말에 집에 가도 남의 도움 없이는 외출을 할 수가 없다. 부모가 데려다 주거나 다른 친구들이 픽업을 해야 움직일 수가 있으니 남들이 보기에는 이상한 것이다.
주위에서는 그를 운전 싫어하는 괴짜 정도로 여기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다. 그에게는 밤잠을 못 잘 심각한 고민거리이다. 그는 불법체류 신분이다. 아무리 운전을 하고 싶어도 캘리포니아에서는 운전면허를 딸 수가 없는 형편이다.
미국에서 이민자들을 가장 울고 웃게 만드는 것은 영주권이다. 영주권이 없다는 이유로 일은 일대로 하고도 보수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이민사회에서는 비일비재하다. 영주권 없는 설움이다. 그런데 그 보다 더 큰 설움이 바로 운전면허증 없는 설움이다.
자동차가 발이고, 운전면허증이 신분증인 미국에서 운전면허가 없으면 말 그대로 옴짝 달싹 못 하게 된다. 그래서 생겨난 편법이 멀리 타주로 가서 면허를 받는 것이다.
현재 운전면허 필요한 캘리포니아 사람들이 주로 찾는 주는 오리건, 워싱턴, 텍사스 등. 면허 신청 시 법적 체류신분을 특별히 조사하지 않는 주들이다. 하지만 유효한 여권 등 신분증과 주 거주민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서류들을 제시해야 하니 이 또한 혼자 해결하기는 어렵다. 그 주에 사는 친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교 때 미국에 온 후 불체자가 된 대학생 A는 지난해 겨울 장장 26시간 버스를 타고 시애틀로 갔다. 그곳에서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서였는데 비행기도, 기차도 신분증 없이는 탑승이 허락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먼 길 덕분에 면허를 땄으니 불평은 없다. 당시 그가 구비했던 서류는 한국 여권과 아버지의 친구가 “우리 집에 같이 산다”며 제시한 전기·전화 등 고지서, 새로 개설한 현지 은행 통장 등.
그런가 하면 타운에는 타주 운전면허 취득을 돕는다는 알선 업체들도 상당수 영업 중이다. 운전면허를 새로 만들거나 갱신해야 하는 불체자들로 타주에서 도움을 줄 친지가 없는 사람들이 대상이 된다.
케이스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신청자들을 현지로 안내해 며칠간 묵으며 면허증을 따게 도와주는 대가로 받는 비용은 보통 1,500달러에서 많게는 3,000달러. 가장 문제가 되는 현지 거주 입증 서류를 제공하기 위해 이들 업체는 현지에 아파트를 여러 채 얻어 놓고 그 주소를 반복해 쓰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 관계자는 귀띔한다.
서류 미비자로 미국에서 살아가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불법체류를 막기 위한 조치인데, 그 때문에 무면허 운전, 무보험 운전은 더 늘어나고 있으니 문제이다. 정치인들의 지혜로운 판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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