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타애나 바람’은 해마다 가을이면 남가주를 찾는 불청객이다. 오렌지카운티 샌타애나 산맥을 지나 불어온다고 해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지만 스페인어로 ‘악마’를 뜻하는 ‘사나타나스’(Sanatanas)에서 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남가주 사상 최악 화재의 주원인이 이 바람 탓이고 보면 ‘악마의 바람’ 쪽이 더 맞는지도 모른다.
지난 주말부터 샌디에고에서 샌타바바라까지 남가주를 휩쓴 화마로 수많은 집이 불탔다. 신기한 것은 동네 전체가 다 탔는데 그 중 한 집만은 무사히 남아 있는 경우를 종종 본다는 점이다. 옆 동네는 전소됐는데 앞 동네는 피해가 없는 경우도 있다. 물론 대부분은 운이 좋아 발생한 일이지만 꼭 그런 것이 아닌 경우도 있다.
발렌시아 인근 스티븐슨 랜치의 5,000세대 규모의 주택 단지는 4년 전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이번에도 불길이 수백 피트 근처까지 왔지만 아무런 사고 없이 넘어갔다. 소방 관계자들은 이것이 우연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단지 내 주택은 지붕도 방화성 콘크리트 타일, 창문도 불에 강한 이중 유리로 만들어졌고 단지 주변을 불이 붙지 않는 200 피트 규모의 그린벨트로 둘러쌌다. 그리고 또 다시 그 주위에 콘크리트 도랑을 파 잡목 더미가 굴러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이런 대비는 화재 위험이 높은 산 동네나 언덕 위에 지은 신축 단지 내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소방국은 이런 단지 내 사는 주민들은 대피하기보다는 집에 남아 산불이 번지는 것을 막을 것을 권한다. 물론 산불의 정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겠지만 이런 집들은 충분히 진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가주 주택 중 산불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은 주택은 500만 채에 달한다. 불행히도 이들 대부분은 이런 방화 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사정이 바뀔 것 같다. 내년 1월부터 화재 위험 지역에 짓는 주택들은 방화 물질을 사용하는 것이 의무화되기 때문이다.
이번 화재가 발생하기 전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샘플로 지정된 화재 빈발 지역 주택 중 불 피해를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모두 한 집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는데 2,500달러, 집 주위 잡목을 치우는데 4,500달러가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것이 효과를 보려면 한두 집만 해서는 소용없고 동네 전체가 보조를 맞춰야 한다.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이번 산불을 일단 수그러들 것으로 보이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남가주의 건조한 기후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계속될 것이란 기상학자들의 전망이고 보면 산불 피해도 더 늘어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산불 다발 지역에 집을 살 때는 이것이 방화재로 지어진 집인지 확인하고 그렇지 않은 집에 사는 사람들은 주민 회의를 열어 화재에 대비하는 자세가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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