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전에 주립대학 재직시 다운타운 호텔에서 크게 저녁연회를 열었던 적이 있다. 학과장으로 있던 때에 동창들과의 유대도 강화하고 대학과 졸업생들 사이에 정기적인 채널을 가지고자 훌륭한 졸업생들을 명예로운 자리에 모시고 싶어서였다. 재학생들에게 좋은 산 교훈도 될 수 있고 해서 총장이하 학교의 주요행정직에 있는 모든 이들도 참석하고 성대히 행사를 치렀다.
이때를 시작으로 연례행사로 만들 생각으로 공정하게 졸업생들 중 훌륭한 이들을 찾기 위해 오래된 교수들 세분으로 위원회를 구성해서 졸업생들을 찾았다. 한 달 남짓 노력한 끝에 세 분을 첫해의 자랑스러운 졸업생들로 뽑았다. 큰 회사의 사장, 연방정부의 고위관리, 그리고 큰 회계법인의 대표파트너로 있는 세 분이 뽑혔다. 우리대학 음대졸업생들의 현악사중주로 배경음악도 좋았고, 참 좋은 저녁이었다.
그런데 두 번째 해의 행사를 위해 팜플렛을 만들 때 그날 밤 기념사진을 커버페이지에 실었는데, 그 사진을 본 여성분들이 얘기한 것이 뽑힌 분들이 전부 참 잘 생겼다는 것이었다. 인물보다는 인간이라는 모토로 주로 사람을 보아온 이들은 생각을 못했는데 감성이 풍부한 이들이라 그들의 인물을 보게 된 것이 아닌 가 했다.
사실 그일 만이 아니라 포천 500의 주요기업들의 최고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들 중에 그들의 인물을 초점으로 한 곁다리 관찰을 보도한 기사들이 실릴 때에도 위와 비슷한 얘기들이 나온다. 그 최고경영자들 중 못생긴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보기 좋은 것을 찾는 마음은 인간의 본능인 듯하다. 행태론을 연구하는 이들의 조사결과도, 흰 얼굴을 가진 이와 검은 얼굴을 한 이를 동시에 크립 양쪽에 서게 했더니, 젖먹이들의 얼굴이 흰 얼굴을 한 이들의 쪽으로 돌았다는 것이다.
TV 토론회가 처음으로 대통령선거에 도입되었던 1960년, 닉슨과 케네디의 토론의 결과를 놓고 흥미 있는 결과가 나왔던 적이 있다. 케네디가 TV토론에서 이겼다는 매스미디어의 발표였는데, 그날 라디오로 토론을 들은 이들 중에서는 닉슨이 이겼다고 생각한 이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외모가 사람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뚜fut한 증명이 된 셈이다.
케네디 얘기가 나왔으니 드리는 말씀이지만 존 케네디는 외모로 덕을 무척 본 사람이다. 그가 나오기 전에 케네디라는 이름은 어두운 인상을 준 이름이었다. 부친 조셉의 어두운 행적 때문이었다. 밀주사업으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매서추세츠의 노조와 정당 쪽의 영향력을 사고, 결국 돈으로 루즈벨트 시절 주영대사까지 지낸 그는 한마디로 형편없는 인간이었다는 기록들이다.
그러나 돈이 바탕이 된 어두운 정치적 힘은 대단했다. 백기사의 어두운 면이란 조사백서를 낸 시무어 허쉬의 조사에 따르면, 박빙의 차이로 닉슨을 밀어내고 당선된 케네디 대통령의 선거 캠페인은, 돈과 노조를 등에 업은 어두운 배경이 크게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더러운 캠페인이었다고 증언한다. 특히 조직범죄의 본고장 시카고를 낀 일리노이의 선거는 실제는 닉슨이 이긴 선거를 돈과 파워가 가져가버린 결과였다는 것이다. 어두운 배경도 밝은 간판으로 감추고 잘생긴 아들을 전면에 내놓으면서 케네디가문은 미국의 명문가문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아시아에서 성형수술의 본가로 유명해지고, 두 전직대통령들까지 성형을 했다는 본국의 얘기를 들으면서 우리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인물보다는 인간이라는 선대의 교육으로 만들어진 우리 보통사람들의 가치관이, 가을바람에 밀려가는 거리의 나뭇잎처럼 부대끼는 것을 느낀다. 우리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가야할 것 같다.
이종열 /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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