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뜨겁게 달군 9일 간의 향연이 끝났다.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는 4일 개막작 <집결호>로 시작돼 폐막작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서(序)>를 선보이며 성대한 막을 내렸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는 참여 국가와 출품작, 관객 동원 면에서 역대 최고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외형은 커졌지만 내실을 탄탄히 하지 못했다는 질책도 적지 않았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명암(明暗)을 살펴봤다.
#명(明)=참여국 출품작 관객 역대 최대
▲이름에 걸맞은 영화제
출품작만 놓고 보면 ‘국제영화제’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았다. 전세계 64개국의 275편이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전세계 처음으로 공개되는 영화인 ‘월드프리미어’에 66편이 출품됐고, 자국 외에 처음 선보이는 영화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가 26편이었다. 아시아에서 초연되는 아시아 프리미어는 101편에 달했다. 확실한 외형의 확장이었다.
▲세계적 수준의 영화팬
영화팬은 건재했다. 영화제 초반 우천이라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5,000명의 관객이 개막식장을 가득 메웠다. 폐막식도 마찬가지였다. 영화인은 개막식에 비해 확연히 줄었지만 관객들은 5,000석을 고스란히 채웠다.
결국 19만 8,603명이라는 역대 최다 관객을 동원하는데 성공했다. 좌석 점유율도 75.8%에 달했다. 지난해에 비해 4.5%가 높아진 수치다.
▲아시아 네트워크 강화
아시아 영화 발전을 위한 새로운 시도가 이어졌다. 아시아영화펀드(ACF)가 성공적으로 출범했다. 총 8억의 기금이 조성돼 27개 프로젝트에 지원된다. 처음으로 결성된 아시아연기자네트워크(APAN)를 통해 연대 기회를 높였다.
배우 안성기 강수연 박중훈이 발기인으로 나섰고 배우 양궈이메(대만) 대니얼 대 킴(미국) 범문방(싱가포르) 등이 참여했다. 아시아영화아카데미(AFA)의 안정적 운영도 눈길을 끈다.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영화 발전과 문화 다양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유네스코로부터 펠리니 메달을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암(暗)=미흡한 진행,국제 망신으로 이어져
▲안방 잔치로 만들 것인가?
<스타서밋아시아>에는 배우 조인성 임수정을 포함해 각국을 대표하는 6인의 배우가 참여했다. 질문은 조인성과 임수정에 집중됐다. 배우 존조(미국)는 지난해 미국 주간지 <피플>이 선정한 가장 섹시한 남자였지만 이렇다할 질문을 받지 못했다.
배우 위난(중국)은 올해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을 수상한 영화 <투야의 결혼>의 여주인공이지만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일본 배우 후지야마 타즈야는 ‘자기를 PR해 보라’는 질문에 “이런 질문은 처음 받는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일본어 번역에 대한 준비가 미비해 소감을 듣지 못하기도 했다. 배우 존조에게는 노래를 부를 것을 요구하는 결례를 범했다. <스타서밋아시아>의 ‘캐스팅 보드’ 행사에서 참가한 신인급 배우 8인 중 5명이 한국 배우였다.
▲스타에만 열광하는 영화제
개막식 의전과 관련해 해프닝을 겪은 엔니오 모리꼬네는 “영화제에 영화가 없다”고 평했다. 개막식은 여배우들의 노출의 장이었다. 영화보다 ‘자기 알리기’에 바빴다.
개막식을 뜨겁게 달궜던 스타를 ‘영화인’으로 만나는 자리가 부족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영화제 중반을 넘기며 더 이상 스타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폐막식 사회를 맡은 문소리를 제외하곤 한국의 유명 여배우가 단 한 명도 폐막식을 찾지 않았다. 지켜보기 민망한 모습이었다.
▲<아시아필름마켓>의 취약
50개국의 460개 업체가 참가했다. 12일 오전 폐막 기자회견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한국 7편, 중국 2편, 대만 2편을 계약한 것이 전부다. 공개되지 않은 거래 사항은 포함되지 않았다손 치더라도 부실하지 그지없는 성적이다.
필름마켓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는 도쿄국제영화제가 내년부터 부산국제영화제보다 빠른 9월에 개최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김동호 집행위원장은 “도쿄국제영화제는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아 마켓에서 승부를 건다. 마켓에 차질이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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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안진용기자 realyong@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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