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아시안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지난 2월 여자 쇼트트랙 계주경기가 끝난 다음 중국 정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장면이 연출됐다. 창춘 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경기서 중국에 이어 은메달을 딴 한국 선수들이 시상식에서 ‘백두산은 우리 땅’이라는 내용을 들어 보이는 카드섹션을 벌인 것이다.
중국이 아시안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백두산(중국명 창바이산)을 자국 영토라고 홍보한데 대한 항의의 표시로 이같은 세리모니를 펼친 것이다. 중국이 발끈한 것은 당연한 일. 중국은 이 대회를 위한 성화도 백두산에서 채취하는 등 동북공정의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던 상황이었다.
백두산의 영유권을 둘러싼 중국과 한민족간의 신경전은 지금껏 계속되고 있다. 백두산 영유권은 미래 통일 한국의 지경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는 만큼 우리로서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리적 측면에서 뿐 아니라 ‘민족의 영산’이라는 정신적 측면에서도 백두산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보물’이다.
중국은 최근 잇달아 백두산 관련 프로젝트를 쏟아내면서 한민족의 영산을 자국 영토로 기정사실화 하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미 중국은 자국의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한데 이어 유네스코에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백두산 일대의 광천수를 뽑아 상품화 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동북공정에 이처럼 ‘백두산 물’까지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들에게 백두산은 여전히 우리 민족의 영산이다. 중국을 거쳐 한참 돌아가야 하는 고된 여정에도 불구하고 매년 10만명이 넘는 한국인들이 백두산을 찾아가는 것은 이런 외경심의 표현인 것이다. 최근 중국 공안 당국에서 백두산을 찾는 한국인들을 이런 저런 트집을 잡아 교묘하게 괴롭힌다는 방송 보도를 본적이 있는데 이런 태도에서도 중국의 불순한 의도가 드러난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직항로 백두산 관광에 합의했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사실 그동안 남북간에는 백두산 관광에 대한 논의가 여러 차례 이뤄져 왔지만 실질적인 진전은 더딘 상태였다. 그러던 것이 남북 정상의 만남을 통해 화끈하게 결론지어진 것이다.
직항로를 이용한 백두산 관광이 이뤄져 한국 사람들로 북적대면 댈수록 산의 영유권을 둘러싼 한민족의 메시지는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의미는 남과 북간에 새로운 길이 생긴다는 사실이다.
평양으로 가면서 군사분계선을 도보로 넘는 역사적 장면을 연출 한 노무현 대통령은 “이번에 대통령으로서 내가 금단의 선을 넘어간다. 내가 다녀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게 될 것이고 그러면 마침내 금단의 선도 지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길은 누군가 다니기 시작하면서 생겨나는 것이다. 남과 북 간에는 더욱 많은 길이 생겨나야 한다. 그것이 육로든 바닷길이든 아니면 하늘길이든 자꾸 다니다 보면 길은 더욱 넓어지고 그러면서 사람들 마음속에서도 소통의 길이 생성될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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