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자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
(The Assassination of Jesse James by the Coward Robert Ford)
★★★★(5개 만점)

제시 제임스 후반기 삶 수려하게 재조명
총잡이 웨스턴 틀 벗어던진 시적 서사극

미국 서부시대 악명 높은 열차강도이자 민초의 영웅이요 미국의 ‘로빈 후드’로 전설적 인물이 된 제시 제임스의 후반기 삶을 위엄 있고 수려하게 그린 대하 웨스턴이다. 전형적인 액션이 있는 총잡이 웨스턴의 틀을 벗어던진 시적 서사극으로 분위기를 강조한 철학적 심리적 웨스턴이자 성격 드라마이다.


<제시 제임스는 무자비한 무법자인가 아니면 미국의‘로빈 후드’인가. 제시역의 브래드 핏.>

상영시간 160분으로 서술 속도가 엄청나게 느리고 액션과 극적 갈등보다는 대사와 심리묘사 및 연기 위주의 영화여서 대중적 인기를 얻기엔 힘들겠지만 매우 진지하고 대담하며 또 모험적이요 신비롭기까지 한 미 대중신화의 새로운 해석이다. 영화는 남북전쟁 후인 1881년 9월5일 제시(브래드 핏)와 그의 형 프랭크(샘 쉐파드)가 일당과 함께 저지르는 야간 열차강도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 강도 후 프랭크는 손을 털고 동부로 떠나고 제시는 음흉한 서푼짜리 바닥인생들인 찰리(샘 록웰)와 그의 19세난 로버트(케이시 애플렉) 포드 형제 등과 함께 무법자의 삶을 이어간다.
로버트는 약질에 소심하고 칭얼대는 아이 같은 무법자 소질이 전연 없는 자로 제시를 영웅처럼 숭배하면서 그에게 거머리처럼 달라붙는다.
이 영화는 영웅과 영웅 숭배자간의 애증의 관계를 그린 것이기도 한데 결국 제시를 우상화하고 두려워하던 로버트는 볼품없는 자신을 영웅화하기 위해 비겁하게 제시를 등 뒤에서 총으로 쏴 죽인다. 제시가 아내와 자식들이 있는 집에 돌아와 시가를 태우며 모처럼의 여유를 즐기는 동안 영화는 다른 무법자들인 찰리와 제시의 사촌들의 얘기를 묘사한다.
제시가 매우 복잡한 성격의 인물로 묘사된다. 그는 자신의 영웅적 위치를 잘 알고 있고 그런 위치에 부합하기 위한 행동을 하면서도 모두가 자기를 잡으려고 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다가도 그는 자신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는 것을 알고 체념한다.


<제시(앞)를 영웅처럼 숭배하는 로버트는 자신이 전설이 되기위해 제시를 암살한다.>

그러나 그는 자기를 해치려는 자를 끝까지 찾아 처단하는데 자기를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는 로버트가 자신의 진짜 적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마침내 당국이 제시를 본격적으로 잡기로 하면서 로버트의 제시 살해동기가 굳어진다. 제시는 자기 집 거실에 걸린 그림액자의 먼지를 털려고 의자 위에 올라섰다가 로버트의 총에 맞아 죽었다. 영화는 제시가 죽은 뒤에도 30분 정도가 더 진행되는데 로버트와 찰리는 관객을 상대로 무대에서 제시 암살 장면을 연기한다. 이것은 로버트의 자신의 저주받을 행위에 대한 살풀이로 볼 수 있다.
서부 대지와 평원(캐나다서 촬영)의 풍경을 착 가라앉은 황금빛으로 찍은 촬영이 눈부시다. 또 하나 뛰어난 것은 핏과 애플렉(벤 애플렉의 동생)의 연기. 강인하고 무표정한 모습 속에 만감의 느낌을 표현한 핏은 이 역으로 얼마 전에 끝난 베니스 영화제 주연상을 받았다. 그리고 애플렉은 비루 맞은 개 같은 연기를 빼어나게 해내 핏의 엄격한 연기와 좋은 대조를 이룬다. 예술적인 역작이다. 앤드루 도미닉 감독. R. WB. 아크라이트(323-464-4226), 랜드마크(310-281-8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