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행복’ 여주인공 은희 역
영화 ‘행복’ 시사회를 앞두고 임수정은 난생 처음 스캔들을 겪었다.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최근 가장 높은 주가를 기록 중인 공유와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었다. 공유 화보 촬영지인 제주도에 평소 가깝게 지내던 친구들이 따라갔고 임수정도 그 멤버였다는데 공유와 임수정만 보이는 사진이 뜬 것.
10월3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행복’에 관한 인터뷰에 앞서 공유와의 연인설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게요. 같이 갔던 친구들에게 참 미안하대요. 진짜 놀랐어요. 공유 씨 인기가 이토록 대단한지 제주도에 있을 때부터 놀랐다니까요. 확실히 남자 스타에 대한 반응이 열렬해요. 그게 끝.
허진호 감독의 네 번째 영화 ‘행복’은 심각한 병에 걸린 두 남녀가 만나 사랑하고, 행복해하고, 잔인하게 헤어지는 과정을 담았다. 임수정은 폐병으로 8년째 요양원에 머물고 있지만 하루하루를 낙천적으로 살아가는 여자 은희를 연기했다. 도시에서의 방탕한 생활로 간경변에 걸려 내려온 영수(황정민 분)를 만나 첫눈에 반해 먼저 다가서고, 키스를 유도하고, 함께 살자고 말하는 여자다.
도시에서만 자란 전 차라리 수연(지극히 도시적인 영수의 옛 연인으로 공효진이 연기했다)과 더 닮아 있을 겁니다. 은희를 연기하면서 ‘이 여자는 내가 다 이해할 수 없는 여자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저보다 훨씬 더 성숙한 여자여서 제가 그의 모든 걸 이해하기란 ‘불가’였죠. 마치 선녀 같다고나 할까요. 모든 걸 깨닫고 통달한 듯한 여자잖아요.
죽음을 옆에 두고 살면서 자연의 맑음과 싱그러움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 은희는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깨달음(?)을 얻었을까.
은희가 어떻게 이런 생각으로 살게 됐을까 궁금하긴 했지만 그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심각한 폐질환을 갖고 있는 젊은 여자가 지금 현재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려고 하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고 느꼈습니다.
사랑하는 동안 찬란히 빛나는 행복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래서 그 이별이 더욱 잔인하게 보여진다. 은희는 욕하고, 울고, 싹싹 빌며 영수에게 매달린다.
시나리오만 봤을 때는 은희의 그런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순차적으로 촬영했기 때문에 그 장면을 거의 마지막에 찍었어요. 은희가 돼 있다보니 마음 같아서는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싶었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다면 최선을 다해 붙잡아야 할 것 같은.
은희는 영수에게 첫눈에 반한다. 그렇다면 모처럼 스캔들이 난 임수정은 실제 어떨까.
전 사람을 알면서 좋아하게 되는 스타일이에요. 이야기를 나누고 그 사람의 생각을 알게 되면서.
처음 황정민과 임수정이 캐스팅됐을 때 삼촌과 조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1979년생인 임수정도 결코 적지 않은 나이인데도 그의 동안이 실제보다 더욱 어려 보이게 한다. 그래서 영화 속 저 생각보다 나이 많거든요라는 대사가 임수정에게 딱 어울렸을 것.
영화를 보면 그런 우려가 잠잠해질 거라는 자신감은 있었습니다. 은회와 영수의 나이 차이가 실제 정민 오빠와 저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사랑에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니까요. 다만 사람의 심리가 ‘어디 한번 보자’가 있는 건데 그런 호기심으로 우리 영화를 더 보러 온다면 좋은 거 아닌가요?
배우 임수정은 독특한 아우라를 갖고 있다. 현실적인 인물을 연기하다가 어느 결에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영군 같은 캐릭터도 연기한다. 배우라면 당연히 캐릭터에 따라 달리 보이지만 임수정의 연기폭은 그 어느 것을 맡겨도 소화해낼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런 그도 멜로 영화는 처음. 영화 내내 ‘몸빼 바지’를 입었어도 그의 연기는 결코 ‘몸빼 바지’ 스타일이 아니다.
어른의 감성으로 찍은 정통 멜로는 처음이에요. ‘어른의 감성’ ‘정통 멜로’ 그 두 가지 매력 때문에 선택한 작품이죠. 이제야 비로소 사람들 앞에 배우 임수정을 제 나이에 맞게 끌어올린 것 같아요. 이 때문에 ‘행복’이 제 연기 인생의 1단계를 마무리한다는 느낌을 줍니다.
처음 해본 멜로 장르가 배우로서 그에게 준 것은 무엇인지 물었다.
몸과 마음의 힘을 뺀 것 같아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를 끝낸 후 1주일 만에 촬영에 들어갔는데 몸도 마음도 쉬는 기분이었죠. 촬영장 환경도 딱 그랬구요. 또 허진호 감독님이 배우들의 세세한 감정까지 살려 표현하는 분이어서 촬영하면서 굳어져 있던 것들이 싹 풀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얼음에서 물이 된 것 같다고나 할까요.
또 인생의 마지막 사랑을 한 여자를 연기해서인지 여자로서도 느낀 게 많다고 했다.
은희에게 영수는 결혼은 하지 않았어도 남편 같은 존재잖아요. 영화를 끝내고 나니까 결혼한 듯한 느낌이 들어요. 여자로서 더 성숙해진 것 같고.
그는 ‘행복’을 내놓고 처음으로 막 아쉬운 것도 아니고, 막 좋은 것도 아닌, 이상하게도 편안하고 담담한 감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각설탕’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를 끝내고 연이어 ‘행복’ 촬영까지 해 바쁘게 보냈기 때문에 ‘행복’을 내놓고는 이제야 땅에 발을 붙인 느낌이라면서.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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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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