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은 한민족과 인종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언어적으로 가장 가까운 민족으로 돼 있다. 생김생김도 그렇고 습속이나 단어도 비슷한 점이 많다. 그러나 두 민족의 사고방식에 큰 차이점이 하나 있다. 상속에 관한 부분이다.
한국에서는 예로부터 장남이 대를 잇는 것이 전통으로 굳어져왔다. 그러나 몽골에서는 막내가 집안 살림을 물려받는 것이 보통이다. 웃 형제들은 사냥이나 전쟁하러 나가고 막내가 집에 남아 노부모를 돌보는 관습 때문에 그렇게 됐다고 한다.
징기스칸도 자신의 장남인 조치를 놔두고 막내인 톨루이에게 제국을 물려줬다. 물론 이 경우는 징기스칸의 아내 보르테가 납치됐다 구출된 전력이 있기 때문에 구출 직후 낳은 조치의 아버지가 불분명하다는 것도 후계자 경쟁에서 밀려나는데 한 몫을 했다.
그러나 이 ‘말자 상속’ 원칙이 늘 지켜진 것은 아니다. 권좌에서 밀려난 웃 형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톨루이는 결국 3째형 오고타이에게 자리를 넘겨줬으나 그 후계자리는 톨루이의 맏아들이 차지한다. 훗날 원나라를 창건한 쿠빌라이 칸은 톨루이의 둘째 아들이다.
김정일의 맏아들 김정남(36)이 오랜 외국 생활을 청산하고 지난 8월 북한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김정남은 한 때 김정일의 후계자로 유력시돼 왔으나 2001년 도쿄 디즈니랜드를 위조 여권으로 들어가려다 적발돼 추방되는 바람에 김정일의 눈 밖에 났다. 그가 김정일의 정식 부인이 아닌 정부 성혜림의 자식이라는 것도 감점 요인으로 분석된다. 김정남은 8살 때부터 집밖에 나가 다른 아이들과 놀지 못하게 했으며 80년대 스위스로 보내져 정식 교육을 받았고 프랑스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남은 이번 귀국과 함께 노동당 조직 지도부에 배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이는 그가 김정일의 신임을 회복했다는 신호로 보인다. 이곳은 노동당의 핵심 사업부로 김정일도 이곳에서 권력 승계 수업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정남은 또한 10년 이상 경호실에 해당하는 호위총국과 관계를 맺어왔으며 김정일의 애착사업인 평양 컴퓨터 센터 책임자로도 일했다. 1990년 세워진 이곳은 소프트웨어와 사이버 전쟁 기법 개발을 임무로 맡고 있으며 1995년 최신 장비로 업데이트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일이 고영희 사이에 낳은 둘째 정철(26)과 정운(24)을 놔두고 정남으로 돌아선 것은 현실적으로 이들이 너무 어린데다 장남을 중시하는 한국의 전통을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65세인 김정일이 당장 사망할 경우는 정남이 유리하겠지만 10년 이상 살 경우 이들 세 아들 사이에 어떤 사태가 벌어질 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알렉산더 대왕이 죽기 전 누구를 후계자로 지명할지 묻는 장군들에게 “가장 강한 자”라고 답했다는 일화가 생각난다. 북한의 3대 지도자는 누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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