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합리화인가 정말로 학위 브로커에 속았나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귀국 즉시 체포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학력위조 파문의 장본인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가 예일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신씨의 박사학위가 가짜라는 사실은 동국대가 기자회견을 열어 예일대로부터 받은 조회 결과를 공개한 7월 11일에 객관적으로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로 공식 확인됐다.
즉 신씨가 `내 학위는 진짜’라고 아무리 우기더라도 도저히 뒤집을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그런데도 학력위조 사실이 공개된지 2개월이 지난 17일까지도 신씨가 이런 주장을 계속 굽히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검찰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신씨가 학위 위조 브로커에 속아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
신씨는 논문 작성을 도와준 가정교사 비슷한 사람이 있었는데 이 사람의 행방을 미국에서 찾고 있다고 여러 차례 인터뷰에서 얘기한 적이 있다.
이 `가정교사 비슷한 사람’이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진짜 학위를 받을 수 있다’며 신씨를 꼬드긴 학위 위조 브로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불교계와 미술계 등에서 의혹으로 떠돌던 학력위조 사건을 일반에 알린 연합뉴스 기사가 나온 7월 8일 신씨가 보인 반응도 이런 가능성을 시사한다.
신씨는 보도직후 연합뉴스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예일대 박사를 받은 것은 맞다며 논문 작성 과정에서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다른 논문과 일부 비슷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주장했다.
신씨는 당시 학위만 진짜면 됐지 설사 표절을 했더라도 무슨 상관이냐. 표절이 문제가 된다면 그것은 예일대와 나 사이에서 일단 해결할 문제지 기자가 신경 쓸 문제가 아니지 않으냐. 내가 교수로 임용된 것은 현장 전문가이기 때문이지 내 논문이 좋거나 내가 뛰어난 학자라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성곡미술관 주변에서는 신씨가 인턴들에게 표절 대상 논문과 워드프로세서로 작성된 표절본의 오·탈자 대조작업을 시켰다는 얘기도 돌았으나 인턴들이 입을 다물고 있어 확인은 되지 않고 있다.
만일 `학위 위조 브로커’가 개입된 것이 사실이라면 신씨 역시 속아서 진짜로 예일대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착각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신씨도 인정하듯 `정상적인 방법’으로 학위를 취득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므로 본인이 `피해자일 뿐’이라는 주장은 펴기 어려운 상황이다.
설사 신씨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신씨가 브로커와 짜고 편법으로 학위를 취득하려 했다는 `공모 혐의’는 벗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신씨가 이런 주장을 펴는 이유가 자존심을 세우기 위한 대외적 자기합리화의 수단, 즉 `그냥 거짓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씨는 캔자스대에서 학·석사 결합과정으로 미술학사(BFA)와 경영전문석사(MBA)를 받았다고 주장해 왔지만, 그가 1992년 봄부터 1996년 가을까지 캔자스대를 다녔으면서도 졸업을 하지 못했고 3학년으로 중퇴했다는 사실은 대학 당국이 공식 확인한 상태다.
캔자스대를 5년간 다녔으면서도 학사학위를 받지 못한 사실은 누구보다도 본인이 잘 알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신씨가 캔자스대에서 학사는 물론 석사까지 받았다고 계속 주장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속아서’라기보다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세우기 위한 거짓말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씨가 광주비엔날레 재단에 제출한 이력서에서 학사 취득 연도를 1994년, 석사 취득 연도를 1995년으로 기재했으나 최근 인터뷰에서는 학·석사 연계과정으로 1995년 MBA 과정을 시작해 1996년 석사학위를 받았다며 말을 바꾼 점도 신씨의 얘기가 착각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라 거짓말일 가능성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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