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악마이며 불이며 천국이며 지옥이다. 쾌락과 고통, 슬픔과 후회가 거기에 함께 살고 있다.’(반필드)
영화 <사랑>(감독 곽경택ㆍ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진인사필름)은 제목 그대로 사랑 이야기다. 21세기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고전 소설에나 나올 법한 클래식한 사랑을 담았다. 첫 눈에 반해 평생을 바쳐 인생을 송두리째 불살라 버리는 그런 사랑이다. 반필드의 격언처럼 인생의 모든 굴곡을 담는 그런 사랑을 그렸다.
영화는 제목만큼이나 무모하리만큼 우직하게 ‘일편단심 민들레’ 사랑을 그렸다. 영화는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 아래 로맨틱하게 펼쳐지지 않는다. ‘진짜’ 사랑이 현실 세계와 접목을 시도하면서 천국보다는 지옥에 가까워진 분위기로 그려졌다.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곽경택 감독은 전작인 <친구> <똥개> <태풍>에서 보여줬듯 남성적 시선에서 사랑을 담아냈다. 다행히 영화는 지루하거나 무겁지 않다. 곽 감독 특유의 따뜻한 시선을 밑바닥에 깔고 있어 재미를 준다.
곽 감독은 <친구>에서 잘 생긴 배우 장동건의 ‘재발견’을 책임졌던 것처럼 <사랑>에서 주진모의 ‘재발견’을 도모했다. 그 시도는 꽤나 성공적으로 여겨진다. 주진모에게 “내가 니 지켜줘도 되나?”라고 한 마디를 내뱉은 이후 무모하리만큼 자신을 걸고 옥살이까지 마다 않는 영화의 캐릭터인 인호는 맞춤옷처럼 꼭 맞았다.
곽 감독과 주진모 모두 처음에는 ‘과연?’이라고 물음표를 달았던 박시연도 굴곡진 삶을 담은 미주로 거듭났다. 미주를 겁탈하는 건달 치권 역을 소화한 김민준의 재발견도 흥미진진하다.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지만 ‘저런 사랑 한 번 해 봐야 진정한 인생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건 배우들의 연기력 공이 크다.
곽 감독 영화답게 부산이 배경이고 부산 사투리가 등장한다. 액션과 남자들의 우정도 빼놓을 수 없다. 유회장(주현)이 “돈이 있어야 사랑도 지킬 수 있다.
니 내한테 젊음을 써라, 내 니한테 힘을 줄 테니까” “여자는 순간이다”고 인호에게 말하는 것이나 인호가 미주를 겁탈하는 치권을 찌르고 들어간 감옥에서 미주에게 “내가 니를 억수로 사랑하는데 니도 나를 사랑하나. 그거면 됐다”고 고백하는 것은 남성적 시선의 사랑이다.
그럼에도 “내가 니를 사랑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고마 그런 인생은 필요가 없다”라는 인호의 마지막 대사처럼 도망치려고 해도 ‘지랄’처럼 버릴 수 없는 사람의 인연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잔향을 남긴다. 15세 관람가.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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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원기자 jjsta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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