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모목사(새누리신한연구소장).
‘갈릴리의 예수’라는 이 한 마디에는 예수의 소명이 단적으로 잘 표현된다. 최초의 복음서 마가는 세례 요한이 회개하라며 요단강에서 세례를 베풀 때에 예수도 갈릴리 나사렛으로부터 와서 그에게 세례를 받는 기사로 시작한다. 요한이 잡힌 후 예수가 갈릴리에 와서 “때가 찾고 하나님 나라가 가까웠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 선포하였다(막1:9-14). 요한이 헤롯 안티파스 왕에게 체포된 바로 이 정치적 사건을 계기로 예수의 활동이 시작되었고, 갈릴리는 요한을 체포한 헤롯의 통치지역이라는 사실이 예수의 결의를 더욱 분명하게 한다.
따라서 갈릴리의 역사적, 지정학적인 상황을 일별하고, 그들의 한과 희망이 무엇이었던가를 살펴봄으로써, 예수가 왜 갈릴리에서 선교활동을 펼쳤던 가를 이해할 수 있다. 이사야서에서 언급된 스불론 땅은 창세기 49장에서도 이미 언급된 지역으로, 스불론은 시돈, 잇사갈 등지와 함께 갈릴리에 속한 지방들로서 바다에 연한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이다. 요세푸스도 갈릴리는 비옥하고 푸른 정원 같은 곳으로 묘사했다. 가나안 정착 과정에서도 이 지역은 원주민들이 강해서 쉽게 정착하기 못하였고, 이스라엘이 강성한 후에야 그곳 가나안 사람에게 사역을 시킬 수 있었다고 사사기는 전한다(사사 1:27). 사무엘서는 갈릴리를 “이스라엘의 어미”(삼하 20:19)라 일컫기도 할 만큼 그 땅은 비옥하고 사랑받는 지역이었다.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다매색의 벤하닷이 갈릴리 주변 지역을 쳤던 것이요(왕상 15:20) 이어 아랍 왕 하사엘이 재침략한 사실이다(왕후 12:18). 여로보암 2세에 의해 회복되었으나 이스라엘과 분리된 역사다. 이후 갈릴리는 계속해서 이민족의 침략과 각가지의 수모를 당하면서 한스러운 역사를 거듭한다. 이런 불행한 역사는 여러 민족이 섞여 살게 하고 이 땅은 “이방인의 갈릴리”라 불렸다(마 4:15-16; 사 9:1). 로마 치하에선 갈릴리는 헤롯 가족에 의해 지배되고, 주전 47년에는 헤롯대왕이 갈릴리를 지배했다. 주전 4년엔 그의 아들 헤롯 안티파스가 지배하다가, 기원 3세기에 갈릴리는 랍비적 생의 중심지가 되었다.
예루살렘 유대인들은 갈릴리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율법을 잘 지키지 않는다며 그들을 무시했다. 그러나 실은 갈릴리인들은 너무나 이스라엘적이요 주변의 도시들이 헬레니즘화될 때에도 저들은 하나님의 주권이 확립되는 세상을 열망하였고, 젤롯당의 본거지도 이 지역이었다. 비옥한 갈릴리에 가난한 암하렛들이 밀집되고, 기후도 좋아 이곳의 농산물이 예루살렘의 생명선과도 같았으나, 이들은 절대빈곤 속에 살았다. 이들 소작농부들은 대부분 부재지주에 의해 착취당하며 노예같이 살았다. 지주들은 대부분 예루살렘의 왕족이나 대사제 등 종교적 귀족이거나 권력자의 가문들이었다. 예루살렘에 침입한 갈릴리의 젤롯당들이 대사제 아나니아와 헤롯 궁전들을 소각하고 채무 장부를 비치한 서고를 불 지른 것도 다 착취당한 갈릴리인들의 한이 무엇이었던가를 잘 보여준다.
예루살렘 지배층은 갈릴리인들을 상놈이요 도적떼라 하며 멸시하면서도 저들이 늘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는 그들이 최하층의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암하렛 존재들로서, 끊임없이 저들의 예루살렘 지주나 지배층에 대해서 봉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수의 생과 활동의 대부분이 갈릴리 지역이었고, 그의 12제자들도 유다를 제외한 11제자들은 갈릴리 출신이었다. 이런 역사적 상황에서 교회는 초기부터 예수의 갈릴리 전통과 정교밀착의 교권세력의 예루살렘 전통의 두 갈래로 나뉘고, 지난 2천 여 년 동안 이 두 전승은 피차 긴장 갈등하며 오늘에도 계속되고 있다. 현실은 언제나 정권과 밀착한 교권주의자들의 우세요 지배였다. 예수의 뒤를 신실하게 따르려는 갈릴리 전승은 열세요 억압과 고뇌의 길이었다. 그러나 결국 예수의 갈릴리 무리가 로마와 유대교 교권주의세력을 극복했듯이, 중세기 말의 종교개혁자 루터도, 앵글로색숀 국교하의 웨슬리도 예수의 갈릴리 정신으로 뛰어넘어 변화된 새 종교로 새 천지를 이루었다.
오늘도 예수의 갈릴리 정신을 철저히 따르는 새 기독교를 통해서만 새 누리는 이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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