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신입생들이 집을 떠나 생애 처음으로 독립된 생활을 시작하는 새학기이다. 캠퍼스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마음껏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로 신입생들의 마음은 부풀대로 부풀어 있다. 하지만 아직 성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 종종 너무 자유분방한 생활이 위험을 동반, 평생 지울 수 없는 불행을 몰고 오기도 한다.
캠퍼스 마다 대학생들 폭음 문제 심각
술 취해 불장난하다 친구 잃는 사태도
<대니 댈퀴스트(19)가 연기로 실식사한 웨스트 피오리아의 집. 지난 12일 그는 친구들이 술김에 벌인 장난이 화재로 발전, 목숨을 잃었다.>
새 학년을 맞아 캠퍼스마다 싱그러운 활기가 가득한 요즈음 일리노이주 피오리아의 브래들리 대학과 뉴저지주 트렌튼의 라이더 대학에서는 몇몇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중범 혐의로 기소되었다. 브래들리 대학에서는 2학년 학생이 방화로 인해 사망한 사건, 라이더 대학에서는 신입생이 폭음으로 사망한 사건과 관련된 일이다.
지난 3월28일 개리 디버셀리(18)는 라이더 대학의 남학생 클럽인 피 카파 타우 신입회원 신고식에서 밤새 술을 마신 후 이틀 뒤 사망했다. 이 사건으로 클럽 대표들, 학생과장 등 관련 교직원들이 기소되었다.
희망을 안고 시작한 대학생활에서 목숨을 잃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다.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술.
지난해 USA 투데이는 2000년 1월1일 이후 4년제 대학 재학생 중 사망 케이스를 조사했다. 조사 대상이 된 620 케이스의 사망 원인은 화재, 심한 장난, 추락 등 다양하지만 그 이면을 짚어보면 대부분 만취 상태가 배경이었다.
대학생을 사망으로 모는 가장 위험한 조합은 ‘술과 불’. 술 취한 상태의 불장난으로 아까운 청춘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지난 12일 사망한 브래들리 대학의 셔리던 ‘대니’ 댈퀴스트(19)도 ‘술과 불’이라는 죽음의 조합의 희생자. 브래들리 대학 축구선수인 대니는 그날 밤 같은 축구단원인 세명의 친구, 그리고 이웃 대학에서 놀러온 한 친구와 함께 술을 마셨다.
<라이더 대학 신입생 개리 디버셀리(18). 지난 3월 남학생 클럽 신입회원 신고식에서 밤새 술을 마신 후 사망했다.>
그리고는 잠을 자려고 학교 근처의 집으로 돌아갔는데 다른 네 친구들이 술 취한 김에 장난기가 발동한 것이 화근이었다. 친구들은 먼저 자러 들어간 대니를 골려주려고 그의 침실 문 밑으로 폭죽을 들이 밀었다.
폭죽에 불이 붙으면서 1,500도의 화염덩어리 16개가 방안으로 쏘아 올려 졌고, 친구들은 대니가 불같이 화를 내며 튀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웬일인지 대니는 나오지 않고 그의 침실 창문만 오렌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아차!” 싶어 방으로 뛰어 들어가 대니를 구하려 했지만 그때는 이미 불길이 너무 뜨거워서 접근할 수가 없었다. 옆에 있던 여학생이 911에 전화를 해서 소방대가 들이 닥쳤을 때 대니는 연기에 질식사한 상태였다.
이들 네 학생은 방화 및 폭발물 소지혐의로 기소되었다. 검찰 측은 이들을 살인 혐의로 기소할 수도 있지만 이들이 친구를 죽일 의도가 없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혐의를 낮췄다.
비슷한 케이스가 지난 2000년 12월10일에도 있었다. 오하이오주 데이튼에 소재한 데이튼 대학 4학년 학생이자 풋볼 선수였던 오스틴 코헨은 그날 밤 술을 좀 마신 후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캠퍼스 밖 학교 주거시설인 그의 2층 집에는 8명이 같이 살았다.
2층에서 그가 잠을 자고 있을 때 아래층에서는 같은 집에 사는 그의 친한 친구 폴 모건이 파티를 열고 있었다. 학기말 시험이 시작되기 직전의 토요일 밤, 룸메이트들이 모여 학기가 끝나는 축하 파티를 미리 연 것이었다.
한바탕의 파티가 끝난 후 새벽녘, 남학생 3명과 여학생 2명이 남아 있었다. 잔뜩 술 취한 그들은 동네 술집이 다시 문을 여는 새벽 5시30분이 되기를 기다리며 케첩, 매요네즈 등 음식을 닥치는 대로 바닥에 뿌리고 내던지는 장난을 하며 깔깔 거렸다.
그때 평소 불장난이 심하던 폴이 여학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불장난을 시작했다. 이층 계단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페이퍼 타월을 풀어놓고 끝에 불을 붙이는 장난이었다. 불은 순식간에 종이를 태우고 사그라졌다. 다음에는 거실 바닥에 페이퍼 타월을 풀어놓고 불을 붙였다.
그러던 와중에 복도 끝 허접 쓰레기와 옷가지에 불똥이 튀긴 모양이었다. 그들은 불장난을 마친 후 바깥 공기를 쐬러 밖으로 나갔다. 그러다가 집 꼭대기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목격했다. 남학생들이 급히 옥외 계단으로 뛰어 올라가 2층으로 통하는 문을 여니 이미 그곳은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안에서 울부짖는 오스틴의 비명소리를 들은 친구들은 건물 정면 부엌 쪽 지붕으로 올라가 오스틴의 창문을 두드리며 그를 구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위험하다고 소리치는 소방대원들의 제지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오스틴은 연기로 인한 질식과 화상으로 사망했다.
불을 놓은 폴은 방화와 과실치사혐의를 인정하고 6개월 형을 복역했다. 그는 그날을 되돌아보며 사고의 원인이 불이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그 보다는 대학생들의 위험한 폭음, 만취해 서 저지르는 어리석은 행동들이 더 문제였다는 것이다.
<화재 위험 높은 캠퍼스 밖 주거시설>
건물 낡고 경보시스템도 거의 없어
대학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주거시설은 주로 캠퍼스 밖에 위치한 개인주택 형 시설들이다. 지난 2000년부터 2006년까지 대학교에서 학생이 화재로 사망한 케이스는 총 43건. 이중 4건을 제외한 39건은 모두 캠퍼스 밖 주택에서 발생했다.
캠퍼스 내에 있는 기숙사들은 대부분 화재경보 장치가 학교 비상 구조센터와 바로 연결돼 있고,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어 불이 나도 바로 진압이 가능하다. 아울러 기숙사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화재 대피훈련도 실시하고 있다.
이들 기숙사에는 주로 1, 2학년 학생들이 살고, 3, 4학년이 되면서 대개 캠퍼스 밖으로 옮겨가는 데 이들 캠퍼스 밖에 위치한 주택들에 문제가 많다. 오래된 낡은 집인데다 스프링클러는 물론 경보장치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경보장치 울리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학생들이 꺼버리기도 하고, 배터리가 다 돼도 갈지를 않아서 작동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USA 투데이가 대학 화재 사건을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인명피해가 생긴 화재 중 최소한 28%는 화재경보기가 없거나 작동이 되지 않는 건물에서 발생했다.
화재경보기도 없는 상태에서 술이 합쳐지면 위험은 가중된다. 캠퍼스 밖 주거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사람이 죽은 케이스 중 1/4은 파티가 열린 이후에 발생했고, 이들 중 59%는 희생자중 최소한 한명이 술을 마셨다. 사망자의 혈중 알콜 농도는 보통 0.12% 수준이고 최고 0.304%에 달한 적도 있었다. 운전이 금지되는 음주 운전 기준치는 0.08%이다.
한편 인명피해 화재를 발생 시간별로 보면 새벽 3시 이후 아침 7시 사이가 3/4을 차지했다. 밤 새도록 술을 마시다가 만취한 상태에서 사고가 생기고, 불이 나도 너무 취해서 제때 피신을 못해 생명을 잃는 사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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