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텍 총기참사에 대한 대학의 자체보고서가 발표되었다. 지난 4월16일 재학생 조승희의 무차별 총격으로 30명이 희생당한 참극을 겪은 대학이 지난 5월부터 자체 조사위원회를 구성, 조사한 결과를 22일 발표한 것이다. 문제 학생에 대한 상담과 관리, 학교건물의 경비, 비상사태 발생시 연락체제 등 세가지 시스템의 강화를 건의한 이번 보고서의 내용 자체는 별로 새롭지 않다. 이미 버지니아텍을 비롯한 많은 대학에서 당시 사건을 계기로 개선 강화한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학시즌에 맞춰 발표된 보고서는 한인사회에 당시의 충격과 경악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준다. 특히 이번 가을 자녀를 대학으로 처음 떠나보내는 부모들의 마음을 조금 더 무겁게 한다.
공부와 데이트, 늦잠과 파티, 음주와 마약…보통 자녀를 대학으로 보내며 했던 걱정과 함께 생사에 대한 불안까지 더해진 것이다. 내 아이는 괜찮을까,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 것인가, 내 시야를 벗어난 아이의 안위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18세의 신입생은 아직 성인이 아니다. 부모슬하를 떠나 처음으로 시작하는 독립적 삶을 거뜬히 감당할만큼 정서적으로,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든 구속과 감시에서 벗어난 해방감에 들뜨면서도 낯선 환경에서 혼자 힘으로 적응해야하는 불안에 두려워한다. 한 신입생 서베이에 의하면 스트레스에 짓눌려 일상생활이 힘들다는 대학생이 50%나 된다. 문제학생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이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지는 모범생 우등생이 한둘이 아니라고 대학 상담관계자들은 전한다. 또 미국의 대학에선 사생활보호법에 의거, 학생에게 문제가 생겨도 부모에게 통보조차 해주지 않는다.
버지니아텍 참사 발생후 많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내놓은 한가지 처방이 있었다. 어떤 어려움에 처했다 해도 누군가에게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다면 훨씬 쉽게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자녀를 대학으로 떠나보내며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준비는 바로 그것이다. 어떤 난관과 실패, 좌절과 고통을 편안하게 털어놓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은 부모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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