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바짓가랑이 사이로 빠져나온 똥이 장난감 더미 속에 지뢰처럼 숨어 있기도 한데, 토마토를 먹으면 빨간 똥, 포도알을 껍질째 삼키면 까만 똥. 참외는 공이 아닌데 던지기하며 가지고 놀다 그것을 먹은 다음날은, 주먹밥 같은 된똥에 고명처럼 참외씨가 박혀 있다.
어느날인가 혼자서 기저귀를 빼서 놀다가 그만 그것이 헐렁한 가랑이 사이로 훌렁 흘러나왔다. 세상에, 조그만 아기가 저렇게 큰 똥을!
아기의 발밑에는 제 팔뚝보다 굵은 똥자루가 태연하게 누워있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고……! 저렇게 큰 것이 세 덩이나 빠져나왔으니 얼마나 힘이 들고 속이 헛헛할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똥을 내려다보던 아기의 눈이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무서운 것에서 눈을 떼는 것은 더욱 두려운 법. 이윽고 겁먹은 얼굴로 와락 달려든 아기가 똥 한번 보고 울고, 또 똥 한번 보고 더 크게 울고, 또 똥 한번 돌아보고 점점 더 크게 운다. 먹은 만큼 먹은 대로 나오는 무서운 똥!
김수영 (1967~) ‘무서운 똥’ 일부
제가 싼 똥에 놀라서 울음을 터트리는, 왕방울만큼 커다래진 눈으로 그 똥을 보고 또 보고 하면서 울어대는 아기의 모습을 상상하다보면 저절로 웃음이 터진다. 참으로 재미있게 읽히는 시다. 그러나 이 시의 절정은 아무래도 ‘먹은 만큼 먹은 대로 나오는 무서운 똥!’에 있지 싶다. 똥처럼 정직한 것은 없다는 것. 그것을 ‘무서운 똥!’이라고 강조하면서 어른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것이다. 겁도 없이 덥석덥석 아무 거나 받아먹는 어른들에게.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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