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황금신부’서 라이따이한 역 열연
외국어로 연기하는 것도 어렵지만 그보다 어려운 것이 외국인 연기가 아닐까 싶다. 단순히 말뿐 아니라 행동과 표정 등에서 이국적인 냄새를 풍겨야 하기 때문. SBS 주말드라마 ‘황금신부’의 주인공 이영아는 그런 점에서 눈길을 끈다. 반은 한국인, 반은 베트남인인 라이따이한을 연기하는 그는 시청자가 실제 그를 베트남인으로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열연을 펼치고 있다.
6일 오후 서울 목동 SBS에서 만난 이영아(23)는 라이따이한 연기가 이제는 많이 편해졌다며 웃었다.
한국으로 시집온 라이따이한 진주 역을 연기하고 있는 그는 요즘 촬영장에서 ‘쟤는 진주 다 됐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말투뿐만 아니라 걸음걸이에서부터 진주가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촬영을 앞두고 베트남어를 공부하는 동시에 베트남인이 한국어를 구사하는 것처럼 모국어를 어눌하게 구사하는 연습에 몰두했던 그는 드라마에서 실력(?) 발휘를 톡톡히 하고 있다. 그가 라이따이한처럼 한국어를 구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지가 화면에 고스란히 묻어나는 것.
그런데 요즘 딜레마에 빠졌다. 극중에서는 진주가 한국으로 시집오면서 날이 갈수록 한국어 실력이 늘어나야 하는데, 이영아는 역으로 라이따이한식의 한국어 구사에 탄력이 붙어버린 것이다.
점점 한국어 실력이 느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저는 반대로 점점 말을 어눌하게 하고 있어요. 어느새 그렇게 말하는 게 편해졌거든요. 주변에서도 ‘너는 어떻게 가면 갈수록 말이 점점 어눌해지냐’고 그래요(웃음).
진주는 사진으로만 본 남자의 아내가 되기 위해 한국으로 시집온다. 어린 시절 자신과 어머니를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간 아버지를 찾겠다는 목표 때문이었다. 병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어머니를 위한 결단이었다. 그러나 실물로 만난 남편에게 점점 끌리게 되고 아내와 며느리로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사실 이제는 진주가 라이따이한이라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한 집안의 며느리, 아내로서의 모습이 그려지거든요. 드라마 초반에는 베트남에 엄마를 두고 떠나는 게 너무 슬펐지만 이제 진주는 시집온 한 사람의 여자로서 그려지고 있어요. 라이따이한이 아니라 여자로서의 진주를 많이 느끼고 생각하고 있어요.
촬영을 위해 내한한 극중 진주의 어머니 누 퀴인은 이영아에 대해 대단히 예의가 바르고 착한 배우라고 칭찬했다.
그는 한국 배우와 작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이영아의 태도가 참 바르고 좋아 한국 사람들에 대한 전반적인 인상이 아주 좋다. ‘한국 사람들은 모두 이영아처럼 지금도 어른들에게 예의 바르게 대하는구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극중에서 진주가 한국으로 시집온 현재도 매주 주말이면 베트남인 선생으로부터 베트남어를 배우고 있는 이영아는 베트남어를 열심히 공부해서 이번에 어머니(누 퀴인)가 오시면 꼭 베트남어로 대화를 하고 싶었는데 또 그게 잘 안 됐다. 그래서 너무 죄송하다. 다음에 한국에 오시면 그때는 꼭 공부를 해서 통역 없이 대화를 하고 싶다며 웃었다.
공황장애를 앓는 남편의 치료에 마음을 쏟고, 한국과 시댁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는 진주를 연기하면서 이영아는 배우로서 한뼘 성장한 듯하다. 가벼운 청춘 드라마가 아닌, 삶이 묻어나는 연기를 펼쳐야 하기 때문.
드라마에 여러 선배님들이 출연하시기 때문에 매일매일 배우는 게 무척 많아요. 베테랑이신 어른들과 연기하면서 학원에서 배우는 것처럼 작은 것 하나에서부터 철저하게 가르침을 받고 있어요. 덕분에 드라마가 끝날 때면 채점을 통해 100점을 맞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럴 수 있게 선배님들의 가르침을 모두 흡수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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