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한인 피랍사태가 벌써 3주째에 접어들었다. 지옥이 따로 없다. 비디오 촬영을 하고 처형식으로 수발의 총탄을 난사해 살해한다. 그리고 그 시신을 길거리에 버린다. 만행의 극치다. 그 반인륜적 테러를 두 번이나 그저 지켜보아야만 했다. “도와주세요.” 희미한 몇 마디가 들려온다. 피랍여성을 비디오에 담아 추가 살해 협박을 한 것이다. 그 흔들리는 목숨 앞에서 무력감만 되뇐다.
아프간 한인 피랍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새삼 제기되고 있는 것이 미국 역할론이다. 돈이 아니다. 탈레반 수감자 석방이다. 납치범들의 요구조건이 뚜렷해졌다. 이와 함께 문제해결의 열쇠는 사실상 미국이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그 역할론의 배경으로, 미국이 조금 유연성을 발휘해 주면 사태해결의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많은 한인들의 생각이다.
테러범에게 한 번 양보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미국의 입장이다. 극단의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다. 인권이니, 인간 생명의 존귀성이니 하는 보편적 가치에는 전혀 무관심한 그들이다. 이런 탈레반에 한번 양보를 하면 더 큰 테러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입장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최대 피랍사태다. 거기다가 이미 두 명이 살해됐다. 그리고 남은 21명 중 대부분은 여성으로, 하루하루를 죽음의 공포 속에 지내고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원칙을 고수하되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유연성을 보여 달라는 게 한인들의 바램이다.
바램만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행동이 요구된다. 그러나 그 행동이 시끄럽거나, 도가 지나쳐서는 안 된다. 유연성 발휘는 조용한 외교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점을 각별히 유의해 한인들의 바램을 미국정부 요로에 전해야 한다. 그 역할부담은 미주 한인들의 몫이다.
관련해 긍정적 소식도 들려온다. 한국과 미국 정부 당국은 사태해결을 위해 양국이 현실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용수단을 모두 동원키로 했다고 한다. 국무부는 미국의 인질정책의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미국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모종의 유연성을 보일 수도 있다는 시사로도 들린다. 이번 주말 마침 미국과 아프간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이 회담에서 인질사태 돌파구 마련의 희소식이 들려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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