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던 상황이 발생했다. 좋은 뜻을 가지고 어려운 이들을 돕겠다며 오지로 날아갔던 젊은 목회자가 무장 테러단체에 의해 살해됐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납치됐던 한국인 봉사단원 23명 가운데 첫 희생자가 나온 것이다. 25일 새벽 아프간에서 LA로 날아 든 비보는 종교를 떠나 우리 모두를 안타깝게 한다.
남은 인질 무사귀환이 최우선
비보에 앞서 한때 한국인 인질 8명이 석방됐다는 외신이 전해져 피랍자 가족은 물론 온 한국민들을 한때 들뜨게 했지만 석방소식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 되고 있다.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감정의 기복 속에 가슴을 극도로 졸이며 사태를 지켜 보고 있을 피랍자 가족들의 고통이 태평양 건너 있는 우리에게까지 그대로 전해져 오는 듯 하다.
그러나 분노가 치밀어 오를수록 더욱 냉철함을 잃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앞으로의 사태 추이에 22명의 귀한 생명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남은 인질들의 무사귀환이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정부가 탈레반과의 협상에 있어 지혜를 발휘하고 동맹국들의 협조를 이끌어 내는 외교적 역량을 보여야 한다.
그동안 텔레반과의 협상 과정을 보면 상당한 혼선이 있는 듯 했다. 무엇보다도 양측의 협상 창구 일원화가 시급하다고 보며 필요하다면 한국정부가 직접 협상에 나서는 문제도 주저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석방 협상 미국도 적극 도와야
그리고 미국정부의 태도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협상 막후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표면적으로는 “인질들이 무사히 풀려나기 바란다”는 원론적 입장 표명이 전부였다.
아프간 정부는 미국정부의 적극적인 혹은 암묵적 동의 없이는 어떤 주요한 결정도 내릴 수 없는 위치에 있다. 왜냐하면 아프간내 테러와의 전쟁을 주도해 온 국가가 미국이고 현 아프간 정부는 미국의 의중에 따라 출범한 정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탈레반이 요구한 포로석방 문제에 있어서도 결국은 미국의 의사가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임을 쉽게 추론해 볼 수 있다. “테러리스트들과는 어떤 협상도 않는다”는 강경 방침을 천명하고 있는 미국정부이지만 수많은 민간인들의 생명이 달려있는 상황에서까지 계속 이런 원칙을 고집해야 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미주 한인들로서는 미국 조야에 “아프간 정부 협상력에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유연성을 보여 줄 것”을 강력히 주문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해외선교 안전 뒷받침 돼야
마지막으로 한인교회들의 해외선교에 대해서도 당부하고자 한다. 뜨거운 사명의식을 주체하지 못해서인지 한인 교회들이 너도나도 앞 다투어 해외에 선교사를 파송하고 여름방학이면 단기선교에 나서는 등 선교에 총력전을 쏟아 붓고 있다. 특히 최근 단기 선교 열풍이 불면서 여름방학을 맞아 많은 한인 교인들이 오지로 선교와 봉사활동 떠나고 있다.
선교가 교회들간의 경쟁 심리에 의해 이뤄지는 일은 절대로 있어서 안 된다. 또 아무리 숭고한 뜻과 순수한 열정에 의한 선교행위라 하더라도 자칫 이번과 같은 불행한 사태가 한번 발생하면 오랜기간 쌓아 온 선교 실적이 물거품이 될 수 있음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중국으로 선교를 떠났던 한인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아프리카로 갔던 한인학생들이 풍토병에 걸려 고생하는 등 선교여행에서 발생하고 있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들은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해외선교에는 열정뿐 아니라 안전문제에 대한 꼼꼼한 진단과 준비가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희생된 고 배형규 목사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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