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은 2000년대 전 세계적인 고성장과 낮은 인플레가 오랜 기간 동시에 유지되는 이상적 상태는 글로벌화에 그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내용을 간추려 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지난 2001년 이후 전 세계는 고성장을 해오고 있다. 고성장이 지나치게 오랜 기간 진행되거나 너무 빠르면 경기의 과열로 물가상승 즉 인플레의 위협이 따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인플레가 그렇게 높지 않아 왔다.
주된 이유는 글로벌화에 있다. 국제 정치적으로 냉전의 종식과 기술적으로 인터넷의 발전으로 세계가 더 가까워졌는데 이 결과 많은 기업들의 생산기지와 구매처가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게 되었다. 지역적 한계를 벗어난 기업들은 계속적으로 더 싼 공급처를 찾아냈고 이렇게 낮은 가격의 공급처가 늘어나니 전 세계 소비자들은 더 싼 값에 더 많은 상품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이 현상이 글로벌화고 오랜 고성장에도 인플레가 통제된 주된 이유라는 것이 그린스펀 의장의 진단이다.
글로벌화로 인플레가 통제되면서 나타난 혜택은 저금리였다. 저금리는 소비자와 기업의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소비와 기업시설 투자를 촉진한다는 면에서 경기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 글로벌화는 인플레를 방지하고 낮은 인플레는 저금리를 가능케 하고 저금리는 소비와 기업투자를 촉진하면서 경제성장을 키우는 순환적 발전의 결과가 고성장 저인플레 현상을 가져온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글로벌 시대의 혜택이 끝나간다는 경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주장자가 연방은행 달라스 지역 총재인 피셔다. 더 이상 중국 등 신흥 개발국들의 노동자가 싼값에 생산 현장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세계의 저임금 공장 역할을 해오던 신흥 개발국들도 이젠 고용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노동인력이 부족해지자 고임금을 요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세계적 정보의 흐름이 빨라져 기업의 생산기지와 구매처가 글로벌화 했던 역학이 노동자들에게도 똑같이 작용하면서 고용기회에 대한 정보가 빨라져 인건비의 상승을 촉진한다고 하겠다. 저임금 구조가 예상보다 더 빨리 사라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더 이상 글로벌화로 인한 저임금과 저생산가의 혜택이 없다는 경고는 그 동안의 글로벌화가 가져다준 고성장 속의 낮은 인플레라는 상황이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플레의 위협이 생긴다는 것이다. 인플레의 위협이 커진다는 것은 이자율을 더 올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시사한다.
영국과 유럽은 이자율 인상을 계속하고 있고 추후 더 올릴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현 이자율에서 더 올리지는 않는다고 해도 인하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지고 있다. 때론 상황에 따라 올릴 수도 있는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그동안 주춤하던 장기금리도 급격히 올라 이러한 금리 인하가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놀라고 있다. 계속 이자율이 낮아지기를 기대해 오다 이 기대가 막연해지자 이젠 금리의 현 수준 유지를 오랫동안 기정사실화하고 더 나아가 오히려 올라갈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감안해야 하는데 이는 기습을 당한 것 같은 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은 이미 침체에 들어갔는데 이자율이 더 올라가면 거의 결정타를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
올해 들어 미국이 저성장을 하고 있어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가 거론되는 중에 오히려 추가 금리 인상 분위기를 시사하는 연방은행의 입장은 인플레의 위협을 막기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의 경기하강을 각오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어느 정도의 경기하강이 과연 침체까지 갈 것인가가 의문일 뿐이다.
완만한 조정이기를 바라지만 그렇게 자신만만할 수만도 없다. 약간의 저성장 후 다시 고성장 저인플레로 이어지려면 중국을 대신할 새로운 저가 생산국이 나타나야 하는데 그럴 대안이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글로벌화, 저인플레, 저금리로 이어진 2000년대의 호황이 어느 정도의 값을 치를지가 주목된다.
최운화 / 커먼웰스 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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