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독일 수상이었던 빌리 브란트는 1989년 휴전선을 방문하여 DMZ를 바라보면서 ‘시간의 흐름이 정지된 곳’이라고 표현했다. 그곳에서 온갖 풍상을 겪으면서 안쓰럽게 반세기를 기다려온 녹슨 기관차의 꿈이 이루어지는 듯 하더니 또 다시 큰 덫에 걸려있다.
최근 서울에서 개최되었던 제21차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군사적 신뢰구축을 비롯하여 개성공단 사업, 철도, 납북자 문제 등은 제대로 거론도 되지 못했다. 북핵‘2.13 합의’ 이행의 지연책임을 미국에 돌리고 남북 간 합의사항이 외세의 간섭으로 이행 중단 되어서는 안 된다는 북측의 주장만 듣고 끝나 버렸다.
한국정부가 견지해오던 인도적 지원사업의 분리정책은 그 자취를 감춘 채 협상의 한계만 확인한 셈이다.
한국의 대북정책이 긴장의 옷을 입는다고 북한이 저절로 붕괴될 것도 아니고 북한으로서는 ‘2.13 합의’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전략적 이익이 큰 반면 한국으로서는 의미 있는 지렛대가 없기에 예상된 게임이었다.
즉 지난 94년 북한의 ‘제네바 합의’는 당시 페리 미국방장관이 주도한 폭격 계획, 즉 군사적 압박을 통한 것이었다. 반면 이번 ‘2.13 합의’ 배경은 쌀 40만톤이나 비료 30만톤은 차치하더라도 북한에 미칠 전략적 이익이 너무나도 크다는데 문제가 있어 보인다. 북핵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염려하며 기약 없이 지속되는 협상의 합의여부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그렇다고 압박하고 봉쇄하는 등 군사조치 강화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이 북한문제인 것을 그동안의 경험은 말해주고 있다.
북한을 포기하거나 긴장·압박을 가하면 결국 중국의 품안으로 밀어 넣는 우를 범할 뿐이기에 한국으로서는 선택의 어려움이 있다.
지금 한반도에는 신 냉전의 도래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북한은 동서 해상을 향해 또 미사일을 쏴 올리는 반 평화적인 행동을 했고 제21차 장관급회담에서 한국을 무시하는 듯한 행동을 보여주었다. 이들의 배타적 자주의식은 한국민들로부터 거부감을 자초하고 있다.
북한이 ‘우리 민족끼리’를 그토록 원한다면 외세운운에 앞서 ‘남북기본합의서’ 정신과 한반도 비핵화 합의를 선결시키면서 7주년을 맞는 ‘6.15 남북공동선언’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국의 세계 일류 기술을 접목하고 각 분야의 후진성을 벗어나야 할 것이다.
한국은 IT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면서 인터넷보급기술, 휴대폰기술, 반도체기술, LCD모니터, MP3는 세계 1위이고 특히 메모리분야는 전 세계에서 독식하는 위치이다. 인터넷사용자 수 3위, 가전기술 2위, 로봇기술 4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OECD회원국일 뿐만 아니라 IMF(국제통화기금)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29개국의 일원이기도 하다.
또 지난 5월말에는 철광분야에서 용광로 없는 꿈의 제철기술 파이넥스 공법을 개발, 세계처음으로 가동에 성공하여 세계 철강역사를 새로 쓰게 하고 있다.
다음세대는 상상력과 창조성이 국가 경쟁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하와이 대학의 짐 데이터는 ‘꿈의 사회’(Dream Society)에서 주장했다. 북한이 온갖 생트집과 몽니를 부린다고 해도 이같은 미래의 물결을 선도하는 한국에 대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럼에도 북한은 노동당이나 노동자 주민보다 군을 우선시하는 ‘주체선군정치’의 정당성을 완화하는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으니 북의 핵포기는 기대할 수 없다고 여겨진다.
또 일본의 식민통치 보상금 100억 달러상당도 일본인 납치문제와 핵문제 해결 없이는 기대할 수 없는 처지여서 ‘6.15공동선언’은 핵이라는 덫에 걸려있다.
난항을 겪고 있다 해도 남북은 단일 문화를 가진 한 민족이다. 그 역사적 배경을 살리고 또 일본이 각 산업분야의 직접투자로 북한경제를 장악하기 전에 자연 상태의 철광석과 유연탄을 바로 사용하여 쇳물을 생산하는 파이넥스 공법처럼 민족의 여명을 열어나가야 할 것이다.
김병창 인권연구소 전 이사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