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과 비슷한 시스템… 직원들 매달 9~25달러 지불
지난해 미국 기업 27% 베니핏 일환 제공… 9,000만명 혜택
신분도용·재산관리·입양·세금감사·이혼 등 이슈 다양
시간당 수임료 250~700달러 수준급 변호사들이 법률상담
직원들에게 법률지원을 해 주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회사 측이 변호사와 계약을 맺어 직원들이 필요로 하는 법적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직원들의 부담은 거의 없다. 주택 판매, 자산 관리, 그리고 법률 지식을 요하는 다른 문제들에 대해 적절한 도움을 준다. 그렇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변호사 비용이 많이 들텐데? 하는 질문이 당연히 나온다. 하지만 변호사들도 경쟁이 심해 이렇게 회사 측과 계약을 맺은 뒤 미리 일정 수임료를 받는 게 오히려 나은 장사라는 판단에서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다. 변호사들로서는 어찌 보면 박리다매라고 할까.
존스튜어트는 최근 자동차 수리점에서 연료분사 장치를 손보았다. 그런데 수리 후에 엔진이 작동하지 않았다. 스튜어트는 수리점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다시 고쳐줄 것을 요구했지만 수리점에서는 손사래를 쳤다. 스튜어트는 억울해, 회사와 계약을 맺은 전속 변호사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이 변호사는 소액청구 소송을 하라고 조언하며 구체적인 방법을 일러주었다. 법정에 갈 때 입어야 할 옷과 말투 등을 귀띔해 주었다. 스튜어트는 변호사 말대로 했다. 결국 승소했다. 수리점은 스튜어트의 차 엔진을 고쳐주도록 법원의 명령을 받았다. 그렇다면 스튜어트의 변호사 비용은 얼마일까. 무료이거나 많아 봐야 한달에 13달러 수준.
스튜어트는 항공회사 출라비스타에서 일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직원들에게 건강보험이나 치과보험과 같이 법률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는 매달 일정액을 봉급에서 떼어가는 조건으로 샌디에고에 있는 수준급 변호사들의 법률지원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베니핏의 일환이다. 이들 변호사는 시간당 250~700달러를 청구하는 ‘일급 변호사들’이다.
시카고에 있는 미국 선불법률지원연구소(American Prepaid Legal Services Institute)의 로렌스 스탈 회장은 현재 약 9,000만명의 직장인들이 이러한 회사 측 또는 노조 측이 제공하는 법률지원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 연구소는 미변호사협회와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스탈 회장은 “이 변호사는 가정주치의처럼 직원들에게 마음의 평온을 가져다 준다. 가정에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은 탈 없이 해결해 준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에 대한 선불법률서비스는 1970년대 유럽에서 노조의 영향력에 힘입어 시작됐다.
지난해 미국 내 이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회사는 약 27%에 달한다. 6년 전에는 22%였다. 그리고 그 인기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자율적이다. 가입을 원치 않는 직원들은 그렇게 하면 된다. 만일 가입을 원하면 매달 9~25달러를 봉급에서 제하면 된다. 그리고 회사 측은 보통 돈을 내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 회사의 경우 노조와의 계약에 따라 전체 비용을 회사 측이 맡기도 한다. 아무튼 회사가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괜찮은 베니핏이다.
법률지원 프로그램은 집을 사고 팔거나, 재산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물론, 입양, 이름변경, 신분도용, 이민, 세금감사, 크레딧 문제 등 다양한 이슈를 다룬다. 특히 이혼과 같이 까다로운 사안의 경우 진행에 따라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는 회사 측이 변호사와 작성한 계약서 내용에 근거한다.
그리고 교통티켓과 같은 경범관련 사건은 도와주지만 중범 사건은 다루지 않는다. 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가지 않을 심산으로 이들 변호사의 도움을 청할 수는 없다. 또 회사의 상사를 상대로 하는 소송에도 변호사는 간여하지 않는다. 뉴욕 테러사건 이후에는 유언 작성도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가입자들은 변호사들을 잘 골라야 한다. 회원 변호사들의 명단을 참고하고 이들에 대한 사용자들의 평가를 유심히 읽으면 도움이 된다. 부적절한 변호사들은 제명되기도 한다. 사용자들은 변호사들의 서비스를 꼼꼼히 체크하고 불성실한 태도를 보일 경우 즉각 보고하는 게 바람직하다. ‘악화’를 쫓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서비스 계약에 따라 변호사를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는 경우가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결국 이 법률지원 프로그램은 직원들을 위한 것이지만 사용자들이 제대로 된 지원을 받으려면 제 일처럼 점검하고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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