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사이먼스. 69세, 전 수학 교수. 컴퓨터를 이용한 수학적 모델로 주식과 채권, 선물 상품, 옵션 등 다양한 파생상품에 투자한다. 그가 지난 한해 올린 수입은 17억달러. 지난해 연말 1,000만달러가 넘는 보너스를 받았다고 떠들썩하게 화제가 됐던 월스트릿 최고 연봉자인 골드만 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핀이 번 5,430만달러(봉급, 현금 보너스, 스탁옵션 등 포함. 투자수입은 제외)는 사이먼스의 수입에 비하면 난쟁이에 불과하다. 한해 수입이 10억달러를 넘는 부호중의 부호는 헤지펀드 매니저인 ‘르네상스 테크놀러지’ 설립자 사이먼스 한명 뿐이 아니다. 헤지펀드 매니저인 케네스 그리핀과 에드워드 램퍼트도 ‘빌리언 달러 클럽’ 멤버다. 금융의 연금술사 조지 소로스는 간발의 차로 빌리언달러 클럽 자격에 못미쳤다.
일류 헤지펀드 매니저들 ‘현대판 록펠러’
17억달러 번 제임스 사이먼스의 투자펀드엔
수수료·이익분담 엄청 떼도 “돈맡기겠다” 줄서
일부선 “돈만 챙겨가는 강도 귀족” 비판도
투자금융 매거진인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스 알파’가 조사한 헤지펀드 고수입 탑 25인 리스트를 살펴보면 이들의 수입은 해가 갈수록 더 고속으로 증가하고 있다. 탑 25인에 들려면 최소한 지난해 2억4,000만달러 이상을 벌어야 했는데 2005년보다 문턱이 두배 이상 올라갔다. 2001년에는 3,000만달러 이상이면 탑 25에 들 수 있었다.
지난해 헤지펀드 탑 25인이 벌어들인 수입을 모두 합치면 140억달러. 뉴욕시 공립학교 교사 8만명의 3년 수입을 넘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이들은 미 역사상 최고의 부자 반열에 가볍게 진입했다. 부를 이용해 부를 빚어내는 이들을 이 세대의 ‘강도 귀족’들이라고 혹평하는 이도 있지만 잔 록펠러나 JP 모건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시대의 금융자산가로 높게 평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제공하고 다양한 리스크를 제공하는 등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뉴욕 경영대학원의 스티븐 브라운은 “19세기에는 철도가 철강 산업의 막을 올리게 했고 거대한 부를 축적하게 했는데, 지금은 금융 테크놀러지가 새로운 부의 왕조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헤지펀드와 이와 비슷한 성격의 사모펀드가 점점 비대해져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게 되면서 공적 차원에서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높아가고 있다.
“그들이 도대체 어떤 일을 하기에 그렇게 엄청난 돈을 챙겨갈 수 있단 말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UC버클리의 브래포드 리롱 교수는 “한마디로 헤지펀드는 의혹 투성이”라고 질타한다. 헤지펀드의 순기능은 고사하고 해악이 크다는 주장. 이런 경고성 지적이 높아감에 따라 하원재정위원회는 최근 헤지펀드의 위험성에 관한 청문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 현직 연방준비제도 이사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금융전문가들은 헤지펀드의 윤활유 역할을 부인하지 않는다.
헤지펀드는 일반 펀드보다 더 과감하고 독창적인 전략으로 투자할 수 있다. 주로 소수의 큰손 투자자의 투자금을 관리하기 때문에 공적 성격이 약하기 때문이다.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남다른 모델을 사용하기도 하고 투자 대상 선택에도 과감하다.
헤지펀드 회사의 수입은 기본적으로 펀드관리 수수료(대개 2%)와 성과 수수료(생긴 투자이익을 나눠 갖는다. 대개 20%에서 시작).
이런 구조이기 때문에 헤지펀드의 성과가 시원치 않아도 펀드회사(매니저) 자신은 엄청난 수입을 올릴 수 있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대표 레이먼드 달리오는 헤지펀드 관리자산이 300억달러 이상. 지난해 주 펀드인 ‘퓨어 알파 스트래티지’ 펀드가 2년 연속 고작 3.4%의 수익을 올렸을 뿐인데도 정작 매니저 자신은 3억5,000만달러를 챙겨갔다.
헤지펀드 매니저가 자신의 펀드에 자기 돈을 투자해 놓고 있는 경우 수입은 더 커진다. 수수료에서 생긴 수입을 자신의 펀드에 재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최고 수입을 올린 사이먼스가 좋은 예. 그는 자신의 펀드에 10억달러 이상의 자기 돈을 투자해 놓고 있다.
수학교수 출신으로 국방부 암호해독자로 일하기도 했던 사이먼스는 컴퓨터 모델로 주식, 선물, 옵션 등의 가격 이상 변동을 찾아내는데, 워낙 탁월한 실적을 올리기 때문에 월스트릿에서 가장 비싼 수수료를 부과하지만 고객이 줄을 선다. 그는 관리 수수료 5%에 이익 분담금으로 무려 44%를 차지한다.
사이먼스가 관리하는 투자규모 60억 달러의 ‘메달리언’펀드의 총 투자수익율은 지난해 84%였다. 여기서 수익 분담금 44%에 자신의 투자금 수익을 합쳐 사이먼스는 17억달러를 벌 수 있었다.
그리핀이 운영하는 ‘시타델 투자 그룹’의 펀드도 지난해 평균 30% 이상의 수익률로 그리핀에 14억달러의 수입을 안겨줬고, 램퍼트는 146억달러 규모의 ‘ESL‘ 펀드를 관리해 11억달러의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헤지펀드 탑 25인의 평균 연령은 51세. 대부분이 노련한 베테런들이다. 30대는 4명이 포함됐는데 최연소자는 32세의 잔 아놀드로 그가 관리한 ‘센토러스 어드바이저’의 지난해 투자수익률은 200%였다. 탑 25인의 대다수는 낯익은 늙은 거부들. 78세 거부 분 피컨스는 에너지 펀드 덕에 3억4,000만달러를 벌었고, 칼 아이칸(71)은 6억달러를 벌었다.
<뉴욕타임스 특약-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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