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매거진들 안팔려 울상인데
‘보그’(Vogue), ‘배니티 페어’(Vanity Fair)로 유명한 경제잡지 미디어그룹 콘디 내스트(Conde Nast)가 새로운 경제잡지 ‘포트폴리오’(Portfolio)를 선보였다. 조앤 리프먼 편집장과 데이빗 캐리 발행인은 창간호를 보며 기대에 부풀었다. 332페이지의 두툼한 포트폴리오에는 광고만 185페이지이다. 광고뿐 아니라 사진을 화려하게 게재해 시각적인 잡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자매지 보그, 배니티 페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보그’‘배니티 페어’로 유명한 미디어그룹서 창간
332페이지에 광고만 185페이지 화려한 편집‘야심작’
숨은‘파워 피플’발굴 게재… 라이벌 잡지들과 차별화
향후 5년 1억달러 대대적 투자…“성공할지는 미지수”
<일부 분석가들은 콘디 내스트의 새로운 경제잡지‘포트폴리오’가 경쟁지들보다 더 잘 팔릴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창간호 표지는 입지전적인 비즈니맨 존 웰치나 빌 게이츠가 아니다. 맨해턴을 빌딩 옥상 위에서 내려다 본 경치를 실었다. 1930년대 뉴욕시의 변화상을 기록한 베렌스 애보트에 경의를 표하기 위함이다.
‘포트폴리오’는 경쟁지와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기로 했다. 유력지 ‘포천’(Fortune)의 최근호 표지는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이란 제목아래 구글의 사진이 실렸다. 평상복을 입은 구글 직원들을 단체로 담았다. 어수선한 분위기이다. 포트폴리오는 이와 달리 비즈니스를 움직이는 파워 피플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기업 전면에 나서지 않더라도 실권을 쥐고 뒤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사람들을 추적한다.
플로리다에서 조용히 지내며 신문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펀드매니저 브루스 셔먼은 포트폴리오의 제작방향에 딱 들어맞는 인물 가운데 하나이다. 그야말로 비즈니스 명사들을 중심으로 잡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서민들을 타겟으로 하고 있으면서 그 내용은 ‘명사 경제지’를 모토로 하는 셈이다. 편집장 리프먼은 “비즈니스는 파워다. 용기 그리고 열정이다. 잡지 내용도 그래야 한다”며 포트폴리오의 편집방향을 설명했다.
사실 콘디 내스트가 ‘포트폴리오’ 창간계획을 발표했을 때 업계에서는 반신반의 했다. 경제잡지가 전반적으로 판매부진으로 고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닷컴 버블 붕괴와 기업 스캔들 등의 후유증으로 인해 이들 잡지에 심드렁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또 투자자들은 격주로 발행되는 경제잡지보다는 시시각각 정보가 제공되는 웹사이트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게다가 이들 잡지의 주된 광고주인 미 자동차회사들이 죽을 쑤고 있었다. 악재가 겹친 상황이었다. 그러니 포트폴리오 창간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석가들이 많았던 것이다.
올해 1·4분기 업계 실적은 전년도에 비해 상당히 좋지 않다. 비즈니스 위크가 3%, 포브스가 9%, 포천이 13%의 광고감소를 기록했다. 독자도 지난 수년간 현상유지 또는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포트폴리오 회장 S. 뉴하우스는 당당했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포브스나 포천을 이기려는 게 아니다. 경제잡지 업계를 활성화시키려는 것이다”고 했다.
뉴하우스 회장은 월스트릿 저널 기자 리프먼을 편집장으로 스카우트했다. 그리고 향후 5년간 1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기자 75명을 뽑았다. 웹사이트 부문에서 일할 직원 40명, 영업부문 직원 45명도 채용했다.
영업부문은 뉴요커 전 발행인인 캐리의 진두지휘 아래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캐리는 1998년부터 2005년까지 뉴요커를 이끌면서 광고수입을 2배로, 발행부수 100만부 기록을 경신했었다. 그리고 이번에 포트폴리오에 온 뒤 창간호에 광고를 엄청나게 받아왔다.
포트폴리오는 지난 2년을 창간 준비에 쏟았다. 기자들을 뽑아놓고 연습만 한 것이다. 일부 기자들은 창간이 지연되는 느낌에 퇴사하기도 했다. 또 준비한 기사가 다른 잡지에 유사하게 실리면서 폐기처분되기도 했다. 사기가 저하되기도 했다.
리프먼 편집장은 의욕이 넘친다. 텍사스 석유재벌 부니 피킨스의 프로필을 읽고는 “나는 이러한 스토리를 정말 좋아한다. 피킨스의 아들은 지난해 증권사기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마치 리어왕 스토리를 보는 것 같다. 피킨스의 가정이 해체되는 느낌을 준다”며 흥미진진해 했다. 포트폴리오는 가판에서 4달러99센트이다. 구독료는 12회에 12~22달러에서 정할 방침이다. 제 2호는 8월말에 나올 예정이다. 그 후에는 월간지로 자리 잡을 것이다.
<포트폴리오의 편집장 조앤 리프먼(왼쪽)과 콘디 내스트 비즈니스 미디어 그룹 발행인 데이빗 캐리>
포트폴리오의 웹사이트는 무료이다. 잡지에 게재된 모든 글이 웹사이트에 실린다. 웹사이트 책임자인 크리스 존스는 “모든 블로그를 하루에 3~5차례 띄울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비디오나 다른 기능도 부가할 구상이다.
그러나 업계 분석가들은 포트폴리오가 과연 비즈니스 잡지 업계의 침체 분위기를 되살릴 불쏘시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다. 대대적인 투자와 유능한 인력을 채용했지만 독자들을 사로잡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을 것이라는 게 전망이다.
<뉴욕타임스 특약-박봉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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